브랜드 이야기 01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Officine Universelle Buly)는 니치 향수부터 바디워시, 핸드크림까지 판매하는 프랑스의 종합 뷰티 브랜드입니다. 한국인에게는 ‘불리 1803’이라는 이름과 유니크한 공병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사실 불리가 2014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불리의 시작은 1803년이 맞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조향사인 장 뱅상 불리(Jean-Vincent Bully)가 창립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향으로 인기를 얻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이후 200년이 지나 2014년, 빅투아르 드 타이야크(Victoire de Taillac)와 람단 투하미(Ramdane Touhami) 부부가 불리를 부활시킵니다. 19세기 파리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현하여 전통적인 뷰티 제품과 장인 정신을 강조한 브랜드로 재탄생시켰죠. 그때의 레시피에 착안한 물 기반 향수는 불리의 시그니처입니다.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순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대부분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지는 불리의 향은 이끼, 잔디, 목욕 등 독특한 콘셉트와 향으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2014년,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불리는 어떻게 '1803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프랑스와 일본에서 방문한 불리 매장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인테리어였어요. 고급 원목 탁자 위에는 그 시절 연구소처럼 둥근 플라스크와 실린더가 놓여 있고, 향수는 옛날처럼 펌프로만 시향 할 수 있었습니다. 벽면엔 옛날 책의 삽화에서나 볼 법한 캐비닛 안에 불리 제품이 줄지어 있었고요. 직원도 모두 그 당시 입었을 듯한 유니폼을 입고 손님을 1:1로 응대했습니다. 처음 들어갔을 땐 당황했어도 나올 때가 되어선 정말 1803년도에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일관된 공간 브랜딩을 하고 있어 놀랐답니다.
이것저것 맡아보다 사기로 결정한 향수를 말하니 따라오래요. 카운터에서 제가 구매하려는 향수를 확인시키곤, 종이로 싸매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또 박스에 넣고 최대한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거 있죠. 그다음, 갑자기 어디선가 메모지를 꺼내더니 만년필을 드는 겁니다. 그러고는 제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철자도 함께요. 이내 출력했다고 생각할 만큼 수려한 필기체로 제 이름을 적고는 향수 박스에 끼워 건네주었습니다.
물어보니 직원 교육 프로그램 중에 ‘필기체’가 있다고 해요. 고용되는 모든 직원은 필기체 교육을 몇 달간 이수해야 근무할 수 있다니 엄격한 시스템이죠? 백 번 양보해서 프랑스는 본국이라 엄격하다 하더라도, 도쿄에서도 이름을 써주긴 마찬가지였어요. 게다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프랑스인데도 복장과 용모 규정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브랜드… 브랜딩에 진심이구나.
모든 고객을 이렇게 응대하려면 오래 걸리겠죠. 불리는 이 점을 노렸습니다. 온라인이 발달하기 전에는 향수를 구매하기까지 시간을 들여야 했을 거예요. 매장에 방문하고, 직접 시향 해보며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한 다음에는 포장을 받아 나와야 하니까요. 불리는 이런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1803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도운 셈입니다. 만년필, 잉크, 종이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와 ‘개인 맞춤형 경험 제공’이라는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가 아닐까요.
패키지에 대놓고 <1910>을 써둔 ‘커피계의 에르메스’ ☕️ 바샤 커피(BACHA COFFEE)가 사실은 2012년에 시작한 브랜드라는 사실! 이 브랜드가 유서 깊은 최고급 커피하우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로 다시 찾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