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로봇댄스 공연장

첨단융합과학관 이야기

by 이혜리










공연 시작 5분 전.

오늘도 공연장 입구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35명씩 입장할 수 있는 공연장은 매 회차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기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앞자리에 앉히기 위해 눈치를 주는 부모,

공연이 언제 시작하냐며 조르는 아이,

대기하고 있는 로봇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차단봉에 매달린 꼬맹이들까지.

익숙한 공간 속에서 매번 다른 관람객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일은 나만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공연 시작. 큐!

순간 공연장의 불이 일제히 꺼진다.

“어? 어~?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 큰일 났다!
얘들아, 얘들아, 얼른 일어나. 공연 준비해야지!”

얼굴 로봇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바람을 잡아준다.

누워 있던 댄스 로봇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긁적이고, 기지개를 켠다.

그 모습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와’ 하고 벌어진다.

곧 댄스 로봇들의 인트로 공연이 시작된다.

고사리 같은 손들이 박자를 따라 바쁘게 박수를 친다.



“안녕하세요. 로봇 댄스 공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로봇 친구들이 춤을 잘 추고 있나요?”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댄스 로봇이 다양한 춤동작을 할 수 있는 건 사람처럼 관절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뼈와 뼈 사이의 관절로 다양한 동작을 하듯, 로봇도 모터와 모터 사이에 17개의 관절이 있어요.

여기 있는 얼굴 로봇도 마찬가지로 관절이 있어서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죠.

그럼 얼굴 로봇에는 관절이 몇 개나 있을까요?

정답은 댄스 로봇보다 2개 많은 19개가 있답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자, 그럼 두 번째 공연을 시작해 볼까요?”

음악이 다시 흐르고, 로봇들은 더욱 경쾌한 동작으로 무대를 채운다.

로봇 댄스 공연 중 단연 인기가 있는 공연은 블랙핑크나 뉴진스 같은 K-POP 공연이다.

아이들은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어른들도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 촬영에 몰두한다.



공연이 끝난 뒤,

로봇들이 나란히 서서 허리를 깊게 숙인다.

아이들은 손바닥이 빨갛게 될 때까지 박수를 치고 로봇들에게 인사를 해준다.

부모님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관객들이 하나, 둘 퇴장하고 무대 위 조명이 천천히 꺼진다.

아직도 로봇들의 LED 눈빛이 깜박이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공연장이 다시 고요해진다.

무대 위 로봇들은 다음 공연을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다음 관람객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30분 후면 또 다른 35명의 관람객들이 이곳을 가득 채울 것이다.

같은 공연, 같은 대사, 같은 동작이지만 매번 새로운 감동이 태어나는 곳.

오늘도 작은 로봇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반짝이는 호기심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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