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대유감 Nov 30. 2023

11. Why?

사람은 어딜 가나 비슷하게 산다. 다양한 나라에서 여행을 해 봤는데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사람이라는 인종은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행동하는 패턴도 비슷하다. 그래서 공통적인 것만 지키면 여행도, 그곳에서 사는 것도 큰 무리가 없다. 한국에서 잘 사는 사람이 외국에서도 잘 산다.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가끔 나라마다 갖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나라는 역시 서양권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학생들 중에서 미국과 유럽 학생들은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서양권 학생들은 "Why"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해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이해되면 바로 받아들인다. 삶의 태도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외국어를 배울 때 "왜"라는 질문이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초급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법은 조사를 제외하고 "-아/어서", 와 "-으니까"다. 한국 사람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예문들을 보면 바로 이해될 수 있다. 아래의 문장들은 실제 학생들이 만드는 문장들이다. 


- 어제 배가 아팠어서 병원에 갔어요. 

- 내일 시간이 있어서 (내일) 만납시다. 

-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만날까요? 


한국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 문장들을 보면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할 수 있지만 결국 그건 후에 만든 이유일 뿐이다.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이 물어보면 설명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은 학문적인 입장에서의 대답이고, 실상은 "그냥 한국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가 솔직한 답변이다. '-으니까'는 과거 '았/었'과 사용하지 않고 청유와 명령, 제안 등과 같이 사용한다고 책에서는 말하겠지만 말이다. 


불규칙 예컨대, '듣다'가 왜 '들어요'로 바뀌냐고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다. 내가 '불규칙'이라고 말하면 "Korean is strange"라고 말한다. 그럼 난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get -geted (x) got (0)... why?" 그럼 그 학생은 머쓱해하면서 웃는다. 굳이 서양권 학생들에게 영어로 예를 들어 반문하는 이유는 "strange"라는 표현에 묻어나는 "우월감" 때문이다. 우리가 "동남아" 사람들에게 느끼는 우월감과 비슷한 것 같다. 


물론 한 번도 모국어가 이상하다는 인식을 했을 리는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20대 초반이니 쇼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같은 책을 봤을 리도 없다. 노엄 촘스키가 누군지도 모를 것이다. 내가 느낀 "우월감"이 편견일 수도 있다. 다만 가끔 그들이 말하는 "Why"라는 질문에 묘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 느낌을 표현할 다른 말이 아직까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영어 학원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