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연애

12. 이상형 아닌 사람과 사는 남자 vs 완벽한 이상형과 사는 여자

by winter

by. 남자


나의 이상형은 옛날부터 꽤나 구체적이다. 일반적인 남자가 좋아하는 여성상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다. 내 이상형은 다음과 같다. 약간 통통함. 쌍꺼풀이 없음. 손가락이 길고 얇음. 종아리가 얇음. 깻잎 앞머리 등등. 조금 디테일하다. 물론 모든 것이 충족된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그리고 이상형을 만난다고 해서 마냥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관계에서 겉모습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외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실도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모, 옷차림, 체격은 사람을 판단할 때 당연히 1순위이다. 혹자는 외형보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실이 중요한만큼 외형도 중요하다. 형식도 내용도 모두 중요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이유가 없다. 둘 다 포기하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상형은 꽤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상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상에는 아주 많다. 대화를 하고, 취미를 즐기고, 밥을 먹고, 걷고, 음악듣고, 손을 잡고, 물건을 사고, 영화를 보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고 등등. 내용은 형식을 뒤집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형식이 내용을 뒤집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외모도, 대화도, 취미도, 기호도 언젠가는 변한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외모가 제일이었던 사랑은 외모가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랑도 변할 것이다. 당연하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우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대화는 안 변할까? 대화도 변할 것이다. 그럼 사랑도 변할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이 변했다고 말한다. 사랑이 변한 게 아니다. 맺었던 끈이 끊어졌을 뿐이다.


관계에서 맺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하나 뿐인 연인은 얼마나 남루한가. 중요한 것은 하나에서 시작된 연결고리가 많아질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다. 설령 처음의 이유가 사라지더라도 관계에서 생성된 무수히 많은 연결고리가 가장 강력했던 처음의 이유를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의 이유보다 더 끈끈한 관계의 끈들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런 여자친구와 살고 있다.



나는 이상형이 아닌 사람과 사는 행복한 남자다.






by. 여자


나는 완벽히, 지극히도 이상형인 남자와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완벽히, 지극히도 이상형인 남자와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나의 자존감을 극도로 상승시킴과 동시에

나의 자존감을 극도록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유인 즉슨, 나의 이상형인 내 남자의 이상형은 나와 완전 반대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친 : "저는 쌍커풀이 없는 김연아, 김고은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남친 : "저는 몸매가 육덕지고 조금 통통한 상체비만의 여자가 좋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남친의 이상형과 완전 반대인

하체비만에 쌍커풀이 짙은 나는

한편으로는 이상형이 아닌 나를 많이 사랑해주는 남친이 고마우면서도

언제나 남친에게 이상형의 여자가 다가온다면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다.


어느날인가는 하루 종일 검색창에 '성형수술'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비참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럴 때마다 남친이 나에게 하던 말이 생각났다.

남친 : "누나는 누나가 얼마나 빛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누나는 정말 빛나요.^^ 그러니까 제가 누나를 사랑하잖아요♥"


그랬다.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린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완벽한 이상형인 내 남자친구가 아니라,

내가 남친의 이상형이 아니라서 남친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해버리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침마다 눈 뜨면 문자메시지로 굿모닝을 알리고,

밤 늦은 시간에 퇴근할 때면 꼭 데리러 나오고,

내 손에 든 무거운 짐이 보이면 어느새 쟈기 손으로 가져가는

매일 저녁 나를 위해 요리해 주는 남친이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는 언제나 매우 가까이 있었는데.

사랑한다는 것이 꼭 언제나 누군가의 이상형이라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이제는 내가 가지지 못한 99%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내가 가진 1%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한다고 자부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능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완벽한 이상형과 사는 행복한 여자다.

매거진의 이전글차이나는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