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끈 묶을 힘

작은 힘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다.

by 따수이

나는 운동화 끈을 잘 묶는다고 생각한다. 한번 잘 묶어두면 몇 달이고 다시 묶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롭게 산 운동화의 끈이 너무 짧아서, 내가 묶는 방식으로 제대로 묶기에는 너무 타이트함을 느꼈다. 아쉽지만 운동화가 예쁘니 용서할 수밖에!


그러다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분명 엘리베이터 앞에서 운동화 끈이 풀려 다시 묶긴 하였는데, 너무 급한 나머지 대충 묶어버린 것이다. 지각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부랴부랴 묶은 끈은 결국 얼마 가지 못해 풀려버렸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위기가 온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처음부터 서두르지 말고 미리 잘 묶어둘걸'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깨달음이 왔다.


'늦을수록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처음에 운동화 끈을 미리 잘 묶었다면, 급한 출근길에 두 번이나 운동화 끈에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여러 책에서 봤던 그 말이 생각이 나는 아침이었다. 운동화 끈을 묶는다는 것은 어떠한 일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딘 가를 향해 걸어가거나 뛰어가려면 잘 묶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또한 처음 산 운동화라면 얼마나 설레는가? 그 운동화를 신고 어디를 향해 갈 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의 시작은 참 불확실하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이 설렘보다 강할 때는 불안과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방향인 것 같다. 방향만 확실하다면 어디를 가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조급한 성격이다. '빨리 빨리'의 정석인 한국인이다. 그러다 보니, 실수할 때도 많고 다시 돌아갈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아 처음부터 제대로 할 걸' 그 이후에는 제대로 하기 위해서 완벽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웬 걸! 시작이 안 되는 것이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완벽해질 때 하기 위해서 이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생각하다가 책에서 지혜를 얻었다. 때로는 나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 작고 사소한 일들의 답을 책에서 찾았을 때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 책에서 말했다. '조금이라도 준비되면 바로 행동해라, 중간 보고를 해라' 라고 말이다. 그 이후로는 '완벽'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10%라도 준비되었으니 시작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 끈을 묶고 내가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갈 길에 대한 주소를 알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운동화 끈 묶을 힘만 있어도 내딛을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작한다. '운동화 끈 묶을 힘'과 '어떤 변수에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가지고.


때로는 인생의 작은 경험이 나에게 인생 수업이 되어 마음에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