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의료급여 환자, 어디로 전원해야 하나요?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애정은 아무래도 의사보다는 간호사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의사도 외래로 자주 오던 환자가 입원을 한다든가, 입원 기간이 길어진다든가 하는 이유로 환자와 라포를 쌓고 애정을 가질 수는 있지만, 환자 옆에 가장 오래 머무는 건 간호사에요.
특히 중환자실은 병동보다도 훨씬 더 그렇습니다.
환자가 말을 못 해도, 눈을 못 떠도, 움직이지 못해도 간호사들은 그 곁에 붙어있어요.
삶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을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그 순간들을 지켜보는 간호사의 마음도 참 복잡해집니다.
어느 날, 보호자가 없는 환자 한 명이 뇌출혈로 입원했어요.
응급수술로 두개내혈종제거술을 받고, 머리뼈를 열어놓은 채로 4주.
의식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기관절개술까지 받았어요.
그 상태로 2주, 그리고 머리뼈를 다시 닫는 수술을 받고 2주가 지났습니다.
지금은 기관절개관만 유지한 채 인공호흡기 없이 누워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명료하지 않고,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회사업팀에 문의했더니, 물품 지원은 가능하지만 의료비 지원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보호자가 없어 경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으로라도 보내달라고 해도, 의식이 없고 보호자가 없어 동의서 작성을 할 수 없다는 말뿐입니다.
응급환자로 실려와 살려냈지만,
그다음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요.
환자는 살아 있지만, 더 이상 병원에 머물 근거도, 갈 곳도, 돌봐줄 사람도 없어요.
그럴 때마다 참 무력해집니다.
이 생명을 위해 다들 온 힘을 다했는데,
정작 살아난 이후의 삶은 아무도 감당해주지 않아요.
마치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라고 선 긋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병원들이 항상 ‘비용’을 이야기할 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돈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그런데 정작 이런 상황에 처한 환자를 떠올려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내 감기 한 번 앓는 게 남의 중병보다 더 큰 일이라 생각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병원에 내는 돈만 아깝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을 지키려 애쓰지만,
그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