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예요?

저는 필름 사진 찍어요

by 마케터 S

취미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다. 취미를 정한 사람들이 일련의 과정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가 돼있다. 취미란, 재미로 하는 일의 의미가 강한데 이 재미가 재능으로 연결되면 본업을 포기하고 선택할 만큼 강력한 일이 된다. 나의 경우, 항상 자기소개서를 쓸 때 취미란은 고민하지 않지만 특기란에서는 고민을 했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간격은 굉장히 크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면 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삶을 유지해온 것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는 항상 사진이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 에세이는 '필름 카메라'에 대해 썼다.




필름 카메라가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스무 살 때였다. 엄마한테 필름 카메라를 갖고 싶다고 말했더니 집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대학 시절 동안 쓴 수동 필름 카메라를 받았다. 미놀타 x-300. 수동 카메라는 셔터를 누를 때, 그 순간을 기분 좋게 하는 능력이 있다. 기분 좋은 찰칵 소리와 직접 필름을 넘길 때의 드르륵- 소리. 그 두 가지로 수동 필름 카메라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감을 준다.


그렇지만 수동 카메라에게 손길이 줄어든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무거움'이었다. 메탈 소재인지 무게 자체가 무겁고, 가죽 케이스도 무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그리고 플래시 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아 플래시 장비를 사서 껴야 되는데 그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물론 지금은 만들지 않기도 하고. 그래도 선명한 것은 웬만한 자동카메라보다 좋아서 요긴하긴 하다.




너무 무거워서 찍을 순 있지만 어디에 갖고 다니기가 힘들어서 자동 필름 카메라를 샀다. 작정하고 산 건 아니었고, 필름을 싸게 파는 곳으로 유명한 종로에서 필름을 구입하다가 가게에 진열된 필름카메라를 보고 가격을 물으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용한 자동 카메라였다. 어디 꺼였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사장님에 따르면 굉장히 유명한 카메라였다고 한다. 5만 원에 구입했었다.

확실히 가벼워서 세로로 찍는 사진이 더 편해졌다. 그렇지만 수동 카메라만큼 소리가 예쁘진 않았다. 이 카메라를 들고 유럽에 가서 삼 주 동안 열심히 찍다가 고장 났다. 프라하를 못 담았은 게 아직까지 큰 한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만난 카메라가 코니카 빅미니201이다. 이 카메라는 한창 자동 필름 카메라를 알아보다가 잘못해서 무통장입금으로 구입해버렸는데, 가격도 괜찮고 귀엽기까지 해서 그냥 샀다. 그런데 화질이 너무 깨끗하고 선명해서 더 만족인 카메라.

이 카메라는 플래시 기능도 알아서 조정할 수 있다. off 모드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카메라를 켜고 찍는 소리가 굉장히 커서 누군가가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면, 충분히 미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찍곤 한다.


빅미니를 스페인에서 도난당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산 카메라는 라이카z2x다. 설현이 삼시세끼에서 쓴 카메라로 유명하다. 빅미니랑 선명도는 비슷하지만 외관이 귀여워서 마음에 든다.


어느샌가 엄마의 취미였던 카메라가 나한테 오고 나서 내 일상이 바뀌었다. 필름카메라를 만나기 전과 후로 취미가 바뀐 듯한 느낌. 카메라는 이제 나의 일부가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네모난 앵글이 하나 추가됐다. 길을 걷다가도 '이렇게 찍으면 이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사람을 볼 때 하나의 피사체로 보면 카메라에 담길 모습들이 상상이 가서 재밌기도 하다. 우연히 만난 카메라가 지속적인 취미가 되기까지 나에게도 필요 충분한 요건이 있었다.


'성실함' 비슷한 것이었다. 자주 가는 동네 사진관 사장님께서 필름카메라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갖는 취미라고 하셨다. 필름을 사고, 찍고, 맡기고,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꽤나 부지런함이 필요한데, 우리 집 앞에 다행히 5분 거리의 사진관이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멀었다면 취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나 어찌 됐건 지금은 사진관이 멀어지더라도 가서 필름을 받아올 내 모습이 그려진다. 앞으로도 계속 찍고 확인하고 싶은 취미이기에.


취미는 우리에게 꾸준함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꾸준함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가능하다. 새로운 취미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지만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은 힘든 과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매일 해도 귀찮지 않고, 매일 하고 싶은 것. 그것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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