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Sapporo)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삿포로시는 일본 홋카이도의 도오지방에 위치한 경제 중심 도시다. 일본 도시 중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다고 한다. 삿포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 겨울 펑펑 내린 하얀 설경을 보고 싶어 급 여행 계획을 짜고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니 삿포로의 사계절을 경험하고 싶을 정도로 삿포로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삿포로의 장소라고 하면 시내를 빼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 방문한 사람도 하루만 묵으면 금세 삿포로 지리를 익힐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시이지만 규칙적인 도로 때문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의 탄생 배경은 메이지시대 19세기 후반부터 '계획 도시'로 개발되어, 바둑판 형식으로 계획되어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걸맞게 도로마다 신호등이 있어 걷다 보면 굉장히 잘 배열된(?) 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삿포로는 지하도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어서 지하로 내려가면 삿포로역과 오도리역 사이를 지하 도보 공간으로 걸어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가 사실상 삿포로의 메인 스팟이라 짧은 기간 방문한 여행자라면 여기만 방문하게 될 수도 있는데, 지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외국인뿐이라고 한다.
한겨울에 방문한 삿포로는 이렇게 도로가 얼어있다. 그래서 매우 조심해서 건너야 하는데 거리마다 있는 신호등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그래도 촉박하게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삿포로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갈 곳들을 소개한다.
삿포로 JR 타워 전망대
입장료 : 성인 7,400원
일본의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해서 와봤는데 개인적으로 도쿄 롯폰기에서 봤던 야경보다 내 스타일이었다. 일단은 계획도시답게 조목조목 배열된 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과 전망대에 여행객이 은근 없었다는 것 때문이다. 생각보다 현지인들이 이곳에 와서 책을 읽는 모습만 본 게 기억나는데, 내가 삿포로에 사는 사람이라면 나도 자주 방문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정도로 고요해서 좋았다. 배경음악도 J pop 같은 노래를 틀어주는 게 아니라, 타워의 우주 컨셉에 걸맞은 우주 노래가 나왔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오타루
삿포로에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영화 <러브레터>였다. 그 배경지인 오타루에 안 오면 삿포로에 갔다고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오타루는 여행객을 위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점마다 들르면 너무 귀여운 것들을 많이 팔고 있었고, 오타루역에서 오타루 미나미역(반대로 가도 된다)까지 가는 그 코스가 걷기에도 딱 좋았다. 게다가 눈도 와서 더 더 예쁜 오타루의 첫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비에이 투어
삿포로에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 두 번째는 비에이 투어였다. 나중에 죽으면 내가 보고 싶은 풍경 중 하나일 정도로 사람 키 만큼의 눈으로 뒤덮인 곳에 직접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삿포로는 도시라 눈이 쌓이면 바로바로 치우기 때문에 눈이 쌓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없는데 버스로 3-4시간을 달리면 아래와 같은 눈에 쌓인 모습만 주구장창 나와서 더더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혼자 서 있는 비에이 크리스마스 트리뿐만 아니라 저 나무를 찍어 유명한 스팟을 만든 사진 작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탁진관도,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너무 너무 아름다웠던 흰수염폭포까지 볼 수 있는 코스라 정말 재미있었다.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눈 뜨기도 힘들었지만 그 고생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삿포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투어였다.
다음에는 꼭 여름 삿포로를 가고 싶다. 그 다음에는 봄, 가을 삿포로까지. 삿포로에 머물면서 삿포로가 배경지인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를 정주행했었는데, 그 드라마를 보면 사계절의 삿포로를 나도 느끼고 싶어진다. 내가 그린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사진으로 여덟 번째 도시 시리즈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