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험관 14차..
신선 12차, 13차에서 모았던 배아 3개는 진짜 임신으로 가는 줄 알았다. 이식 8일 차에 임테기에 흐린 두 줄을 보았고, 조금씩 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진하기에 변화가 없고, 피검 전전날도 계속 흐릿해서 반쯤 포기하는 마음에 시어머니 병원도 내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근데 반쯤 포기가 안되었나 보다.. 병원 가는 중간에도 클락션 울리는 차들이 찜찜했고, 걸어서 10분이면 되는 거리의 병원을 모범택시 타고 가셔도 되는데 왜 굳이 1시간 거리의 자식들이 왔다 갔다 해야 하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이번에도 안되면 오늘 병원 길 때문에 화학적 유산을 겪는구나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피검 당일 아침까지도 진해지지 않는 임테기에 이미 포기했고, 피검을 다녀온 후 자제하던 빵을 입 속에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마구 쑤셔놓고, 속을 게워내고 말았다.
피검 결과는 29.1, 남들에게는 너무 낮은 수치라 화학적 유산으로 갈 위험도 있지만 더블링이 잘 되어 성공한 사람도 있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수치였다. 좀 전의 내 행동이 너무 후회되며 지금이라도 배아가 잘 버텨주길 바랐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 진해지지 않는 임테기. 5일 차 질정과 주사를 끊었고 다음날 피가 살짝 묻어 나왔다.
'끝났구나...'
쉬고 싶었다. 몸을 좀 정비하며 다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연속 화학적 유산이었는데.. 이게 임신이 곧 되는 시그널인가? 하고 의사 선생님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난포 2개가 보인다는 말에 그냥 다음 차수가 시작되었고, 보통 2개 보이면 과배란 후 좀 많아지니까 기대했다. 영양제도 잘 챙겨 먹었고, 휴직도 했으니 난자 수도 많아지고, 난자 질도 올라갔을 거라고..
분명 왼쪽 배도 아팠는데 선생님은 오른쪽에만 2개가 보인다고 하셨다. 찜찜했지만 주사로 인한 자극이겠거나 하고 마취에 들었고, 주치의에 대한 믿음은 깨져버렸다.
제일 큰 난포를 기준으로 채취일을 잡는데 자궁내막종을 난포로 착각한 것이다. 그동안 그럼 왜 매번 피검사 후 진료를 했으며, 피검 결과에 따라 채취날이 월요일 오전이라는 말을 왜 했으며, 내막종이 일주일 만에 커지는 것도 아닌데 주 3회나 직접 본 초음파에서 그런 실수가 나오는지..
왼쪽에도 난포가 있던 건 맞았다. 다만 채취 시기를 잘못 잡아 결국 미성숙 난자로 의미가 없어졌을 뿐..
게다가 난포인 줄 알고 내막종을 건드려놨으니, 내 자궁은 오염되었을 터..
그동안 알코올 경화술을 피한 것도 이 부작용 때문이었는데.. 모든 게 다 실망스러웠다.
저자극 요법에서 자연주기로 간 후 더 나아진 것도 없고 내막종도 커졌는데 자연주기요법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워졌다. 내막종을 건드린 탓에 12시 반이 넘어서 나온 남편을 보고 터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속상함보다는 억울함, 배신감, 분노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전원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