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바꿀 수가 없어요

잡아 쥔 지푸라기

by person

더 뭘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을 보러 가게 되는 것 같다.


자연임신은 술을 마셔도 임신이 되지만 시험관은 수정까지 해서 몸에 넣어주고, 착상에 도움 되라고 질정과 주사도 주며, 혹시 모르는 방해요소를 없애기 위해 혈전방지제와 면역억제제도 사용한다.


그뿐이랴? 배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처음엔 엽산 하나로 시작했던 영양제가 이제 한 주먹 가득이다.


내가 더 어떻게 노력할 것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알아보았다. 사실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5번 이상 본 것 같다. 지금까지도 임신이 아닌 걸로 알 수 있듯이 항상 틀린 결과를 주었다.


어떤 이는 당분간 임신, 출산, 육아 밖에 안 보인다느니, 어떤 이는 음력 1-3월에 생긴다느니, 어떤 이는 우리 부부에겐 용띠 자녀가 좋아서 그전에는 안 생긴다느니

..


그들이 알려준 기간이 모두 지났고, 용띠 아이도 물 건너갔다.


알지만.. 다 알지만, 결국 또 보러 갔다.


2022년, 2023년은 뭘 하더라도 임신이 안 되는 해였다며, 막바지에 "운명을 바꿀 순 없어요"라고 말하더라.


그럼 이제껏 본 점집들은 뭘 본거지?


아니 그건 틀릴 수 있더라도 사주팔자는 의학기술로 극복이 안되는 거야?


45세에 임신운이 좋다고...?

국민연금으로 중학생 학원비 내야 하는 건가?


또 내 안에서 반발이 마구마구 올라왔다.


소설 '인페르노'의 결말을 기억하나?

인류의 종말을 위한 악의 무리가 결국 불임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아마도 나는 인페리노의 저주에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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