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C 비주얼 아이덴티티 브랜딩 : 전략 편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기억합니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물론, 감정까지 함께 느껴지지요.
마치 가까운 사람처럼, 기업에 대해서도 이미지와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기업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GC 비주얼 아이덴티티 브랜딩 : 전략 편
안녕하세요, 에스텐다드의 브랜딩 디렉터 최성훈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마무리한, GC(녹십자홀딩스) 비주얼 브랜딩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SNS와 Behance에는 공식적이지만 함축적인 내용으로 소개했는데, 브런치에서는 한결 편안하고도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볼게요. 브랜딩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유익한 시간이 될 거예요.
GC?
GC라는 그룹, 아마 생소하실 텐데요.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녹십자’라는 제약회사로 익숙한 곳입니다. 1967년 설립되어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국내외 44개의 다양한 계열사와 함께하는 헬스케어 그룹이 되었어요.
2018년, 설립 50주년을 맞아 GC로 사명을 바꾸고 CI도 리뉴얼했어요. (글로벌 사명이었던 Green Cross의 첫 글자를 따왔다고 해요.) 프로젝트 시작 전, GC가 가장 바랐던 건 전통적인 제약회사를 넘어서, 통합 헬스케어 그룹의 이미지로 자리 잡는 것이었어요.
국내외 44개의 계열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이제 예방, 진단, 치료, 관리 등 건강의 전 영역을 담당하는 만큼, 제약회사 이상의 의미와 이미지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에스텐다드에서는 프로젝트 목표를 이렇게 정의했어요.
1. 내부적으로 GC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합니다.
→ 브랜딩 전략
2.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각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 비주얼 시스템
3. 시스템을 실제 적용한 대표적인 결과물로 회사소개서를 만듭니다.
→ 브랜드 경험 디자인
글 역시 목표에 맞게 3편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예정이고,
오늘은 브랜딩 전략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전략 첫 번째, 맥락 살피기
전략을 짜는 방법은, 이제까지 흘러온 맥락을 파악해 다음의 맥락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50년간 녹십자를 나타내는 정체성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 온 기업이였어요. 희귀병 치료제 개발, 국내최초 독감백신 개발 등 사회적 가치에 집중한 도전들이 쌓여 지금의 탄탄한 기반이 되었지요. 하지만 예방과 관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또 다른 모습이어야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정체성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남들이 보지 못한 길을 앞서 준비하는 기업으로 정의하며 시작했어요. 건강한 삶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은 유지하되, 더 진취적인 방향을 담아서요.
전략 두 번째,
브랜드를 ‘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브랜드 규모가 커지면 브랜딩이 더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사람 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쉽고 명확해진다고 믿어요.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고,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을 고상한 말로 기업 페르소나,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한다고 해요.
GC의 기업 페르소나에 대한 힌트는 '기업 비전(Vision)'에서 알려주고 있었어요.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우리의 이상입니다
GC라는 기업을 한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 즉 The Leader in Global Healthcare였어요.
전략 세 번째, 고객과의 관계 생각하기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리더가 ‘어떤 리더’인지에 따라 고객과의 관계는 천차만별이 됩니다. 그렇기에 GC가 말하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했어요. 그것은 기업의 핵심가치에서 찾았습니다. 기업은 핵심가치를 갖고 있기 마련이고, 그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GC는 4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봉사배려
인간존중
창의도전
정도투명
이 핵심가치들을 들여다보면서, 고객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지 알 수 있었어요.
앞의 두 가치는 고객과의 감정적 연결에 집중하는 내용이었고, 뒤의 두 가치는 전문성을 통한 신뢰에 집중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위로 갈수록 감정적 연결, 아래로 갈수록 전문성에 가까워지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GC의 제품과 서비스를 조사해 보아도 이것과 일치함을 볼 수 있었어요.
전문의약품을 통해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성
일상 어디에서든 디지털로 병원을 예약하고 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실용성
희귀병 치료제나 백신 개발로 인류 건강에 헌신하는 감성적 모습까지
감성적 연결과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GC가 보여줘야 하는 리더의 모습은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전문성만 강조하는 카리스마형’도, ‘너무 친근해서 모든 사람에게 막 다가가는 공감형’도 아니었습니다. 파트너 같은 리더로서 ‘건강한 삶을 제공하며 지지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며, 전문성과 감성적 연결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지요.
전략 마지막, 근거를 가지고 상상하기
이렇게 맥락을 파악하고 명확하게 언어로 조율할 수 있다면, 근거를 가지고 상상력을 더해볼 수 있어요.
‘고객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며 지지하는 리더’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핵심가치를 좀 더 머릿속에 그려질 듯, 감정이 느껴질 듯한 말로 해석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가 해석한 핵심가치는 조화롭고, 친화적이며, 동적이고, 단순한 모습이었으며, 이것을 GC의 브랜드다움이라고 정의했어요. 이 브랜드다움은 브랜드의 언어, 행동, 태도를 설정하는 좋은 기준이 되는데, 이 부분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또 다뤄볼게요.
이렇게 브랜드다움을 시각적인 관점에서 한 번 더 해석하면서 디자인 키워드와 원칙을 정했습니다. GC에게 있어 조화로움은 '부드럽다는 느낌이 드는 그래픽이어야겠다.' 또는 '이성적인 요소(이미지나 텍스트, 그래픽 등)가 있으면 반드시 감성적인 요소를 함께 사용해 균형을 맞춘다'는 기준이라던지요. 이 기준들을 레퍼런스 이미지와 함께 무드보드 형태로 제안하면서 디자인의 방향을 조율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조율하며 결정한 다양한 특징들을 하나의 말로 묶어 디자인 컨셉 'Leading Movement'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GC'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혀 없다가도 이제 '고객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며 지지하는 리더'라고 하면 언뜻 무언가 떠오르랑 말랑하고, 여기에 'Leading Movement'까지 더해지니 그래도 무언가 더 스쳐가는 이미지가 명확해지시지요? 아마 무게에서 느껴지는 힘보다는, 무언가를 이끄는 활기찬 움직임, 방향성을 가진 힘이 느껴지실 거예요.
전략을 마무리하며,
모두의 의견을 모아 방향 잡기
이 과정을 거치면서 GC 내부 구성원들과 비주얼에 대한 방향을 조율했고, 대략적인 감상을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모두의 생각이 달랐겠지만, 공통된 근거를 바탕으로 방향을 맞춰 나가는 경험은 의미가 컸어요.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시고 지원해 주신 GC 브랜드팀 분들께 특별히 감사합니다. 덕분에 브랜드가 나아갈 길을 함께 그릴 수 있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정의한 전략과 맥락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일관된 비주얼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는지 이야기할게요.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여러분은 브랜딩에 관심 있으신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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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나누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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