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4
#글쓰기를 놓치는 날이 많다. 어떤 류의 일관성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결 같기도 하지.
#우연히 한 친구가 단톡방에 논술 문제를 하나 던져 주어서 아주 오랜만에 예전 생각이 났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의 비유("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그건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를 중심으로, 인류문명의 발전, 창작과 모방에 관해 이야기하는 문제였다.
#한동안 참 열심히 배웠다. 포스트 모더니즘부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 시대, 장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까지.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름들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완벽한 새로운 창작이 있을 수 있는가. 표절과 혼성 모방/패러디의 경계는 무엇인가.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 실재와 복제(가상)는 구분할 수 있는가 등등. 불현듯 그때의 생각이 나서 부정확한 기억들을 들먹이며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현실이야 시뮬라르크고 나발이고 간에 출근과 비슷비슷한 일, 넷플릭스랑 유튜브 사이를 헤매이고 있지만.
#가끔 궁금해진다.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건 뭘까 하고. 현실에 발을 딛고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 사람/세상/예술 따위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것, 귀여운 아기고양이나 저녁의 노을, 달콤한 디저트 같은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일들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 등등
#늘 그렇듯 중요한 것은 발란스인가 싶긴 하다. "전통적이고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폰트"처럼 도통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