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2

by 이서

#까먹을 뻔했다. 위기가 오기엔 너무 빠르지 않나.


#지난 주 금요일엔 발목을 삐고, 주말 내내 손 the guest를 반쯤 정주행했으며 이번주에 2번의 야근과 1번의 회식을 했다. 그리고 다시 금요일. 소소하게 아팠고 소소하게 힘들었으며 소소하게 맛있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걸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친구들과 많이 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행복할까가 아니라 그냥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육아에 치이는 기혼자 친구도, 결혼을 하지 않고 일하는 나도, 아직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도. 술을 마시다가 밥을 먹다가 공원을 걷다가 불현듯 그런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우리는 모두 불행하지 않은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30대의 나는 사실 더 이상 행복하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도 같다. 이제 그 순간은 늘 짧고, 반드시 끝이 있으며, 그 후 시간은 행복에 비해선 비루하고 지난하다.


#<철학자와 늑대>에서 마크롤란드는 행복이 사실 감정의 문제가 존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행복'처럼 행복이 고통없는 즐거움, 안락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롤랜드는 자신이 기르던 늑대의 행위 속에서 이를 발견하다. 그의 늑대 브레닌은 그 무엇보다 사냥에 열렬히 몰두한다. 어쩌면 그것이 브레닌에겐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브레닌이 사냥을 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다. 자신의 본능을 모두 억누르고 작은 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켜 몇 시간이든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끼나 꿩 따위를 잡기 위해 맹렬히 달린다. 그는 “우리 삶에서 가장 좋은 순간, 우리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은 즐거운 동시에 몹시 즐겁지 않다”고 말한다.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요점을 놓친다고.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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