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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12. 2019

그냥

일기

#위가 따끔따끔. 빈속에 먹은 비타민 탓인가. 스트레스탓인가. 잠시라도 못된 마음을 먹은 탓일지도.


#살면서 나는 얼마만큼 약자로 살아왔던가 문득

궁금해졌다. 한번도 스스로 갑의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손님으로 가게에 들어선 순간, 나이 어린 후배와 이야기하는 순간. 교생실습하며 학생들은 만난 순간, 분명 나는 갑이었겠지 싶다.


#약한 게 죄가 아니고, 권력이나 돈이 행복을 결정짓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스티븐 로저스보다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고 싶고, 부모 잃은 웨인보단 배트맨이 되고 싶은 게 현실이다. 그만한 도덕성과 원칙이 없음에도.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비열한 강자들을 종종 많났다. 그들은 목표가 뚜렷했고 욕심이 많았으며  또한 집요하고 야비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쉽게 파멸하지 않았고 종종 부와 명예를 성취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그만큼 뚜렷한 목표도 욕심도 집요함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나의 유약함일까 아니면 나의 선량함일까.


#난 캡틴 아메리카를 좋아하지 않았다. 도덕심의

화신 같은 캐릭터가 나이가 들만큼 든 어른에게 뭐가 그리 매력적이겠는가 싶었다. 그러니 그 출발점이 약자의 상상력이라는 점은 참 좋았다. 그의 약해서 약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폭력과 멸시 불평등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래서 힘을 얻었을 때 약함의 죄가 아니고 그 누구도 약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선 안된다는 걸 알았다.


#현실은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고, 완벽히 선량한 강자/약자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조차 모르겠지만, 그저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강자일 때, 약자였던 상황을 기억하기를. 내가 약자일 때 나의 약함을 죄로 느끼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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