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편을 들었다
오늘은
내 편을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누군가와 다툰 것도 아니었고,
크게 억울한 일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조금씩 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이럴 때마다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 했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했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나를 한 발 뒤로 물렸다.
그렇게 물러나는 것이
어른스러움이라고 믿었다.
나보다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선택,
괜히 문제를 만들지 않는 자세가
성숙함의 증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웬만한 일에는
나를 끼워 넣지 않았다.
조금 불편해도 넘겼고,
조금 억울해도 이해하려 했다.
그렇게 하면
하루는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만큼만 했다.
이해는 했지만,
나를 설득하지는 않았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고,
참을 수 있다고
다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건 조금 힘들다고,
이건 생각보다 버겁다고
속으로만 인정했다.
그 인정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나는 꽤 많은 말을
삼켜왔다는 사실도 함께.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았다고 해서
틀린 선택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내가 빠지지 않은 쪽을
택했을 뿐이다.
항상 중간에서 빠져나오던 내가,
오늘은 내 자리를 남겨두었다.
하루를 버티는 일에는
늘 조용한 손해가 따른다.
말하지 않아서 남는 오해,
넘겨서 쌓이는 피로,
괜찮은 척하며
흘려보낸 마음들.
그 손해는
당장 드러나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지만,
하루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먼저 밀어낸 쪽이
내가 되어 있곤 했다.
오늘은
그 손해를
조금 줄이고 싶었다.
하루를 잘 넘기는 것보다,
나를 덜 잃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편을 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해도,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오늘의 나만큼은
혼자 두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이
대단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의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