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잘하려다 그만둔 날
오늘은
괜히 잘하려다
그만둔 날이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낸 건 아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마무리까지 가고 싶었다.
그 마음은 늘 그렇듯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게으름이 아니라 성실함이었고,
회피가 아니라 책임감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더 쉽게
그 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나는 그 마음을 붙잡았을 것이다.
“이왕 시작했으니까.”
“지금 멈추면 아쉽잖아.”
그 말들로
나를 다시 앞으로 밀었을 것이다.
나는 늘 그렇게
조금 더, 한 번만 더,
스스로를 설득하며
끝까지 가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말들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앞으로 가야 할 이유보다
지금 멈춰야 할 이유가
조금 더 또렷하게 들렸다.
몸이 먼저 반응했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왔다.
잘하려는 마음이
언제나 성의로만 남는 것은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그만두었다.
포기라기보다는
내려놓기에 가까웠다.
끝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미
몇 번은 겪어봤으니까.
무언가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 전체를 실패로 규정했던 날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결국 남는 게 없었던 날들도
나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괜히 더 애쓰다가
오늘을 망치느니,
여기서 멈추는 게
오늘을 지키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조금 아쉬웠다.
이 정도면
더 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이유로
나를 다시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아쉬움이 늘
정답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늘의 나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무리하지도 않았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실망시키지도 않았다.
끝까지 가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
빚을 진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제때 데려온 느낌에 가까웠다.
그 정도의 균형이면
충분했다.
잘하려다
그만둔 선택도
오늘의 나에게는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오늘은
끝까지 가지 않은 날이 아니라,
적당한 지점에서
나를 데려온 날이었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