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은 하루였다.
왜 늦었는지,
왜 유난히 피곤했는지,
왜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는지.
설명하려면
못 할 것도 아니었지만
굳이 꺼내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먼저 말을 꺼냈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
상황을 덧붙이고,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까지
차분히 설명했을 것이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고,
그래야 오해가 남지 않는다고 믿었다.
설명하지 않으면
무성의해 보일까 걱정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회피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설명은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었다.
하루가 끝나갈수록
말을 꺼내는 순간
다시 오늘 한가운데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지나온 일을
다시 꺼내 놓고,
다시 정리하고,
다시 판단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그래서 오늘은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괜찮다는 말도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책임해진 건 아니었다.
도망친 것도 아니었고,
마음을 닫아버린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내가 나를
다시 불러 세우지 않기로 한 날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법이
언제나 정리일 필요는 없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다.
어떤 날은
설명보다
그냥 두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걸.
설명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오늘의 나는
충분히 명확하지 않았고,
조금 흐릿했으며,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그 하루를
끝까지 버텼고,
중간에 나를
함부로 몰아세우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남았다.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