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5화

다 하지 않아도 되는 날

by 신 작가 수달샘

오늘은
다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마음속에는
작은 목록이 하나 있었다.

하면 좋은 일들,
미뤄두면 찜찜할 일들,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들.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그 목록을 은근히 믿는다.
다 해내기만 하면
오늘이라는 하루가
완성될 것처럼.


하지만 오늘은

그 목록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다.
시간은 늘 부족했고,
집중은 오래 가지 않았고,
몸은 몇 번이나
멈추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손을 멈추고 나면
괜히 죄책감이 먼저 올라왔다.
아직 하지 않은 일들이
눈에 밟혔고,
스스로에게
느슨해졌다는 판결을
내릴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속도를 올렸을 것이다.
대충이라도 끝내려고 했고,
완벽하지 않아도
‘한 일’로 남기려고 했을 것이다.


그게 성실함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만두었다.

다 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하지 않은 일들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조금 남았고,
조금 미뤄졌고,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그 아쉬움을 이유로
나를 재촉하지는 않았다.


다 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하루는
완성되지 않아도
지나간다.


오늘의 나는
필요한 만큼만 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왔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선택은
게으름도 아니었고,
도피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의 나에게 맞는 선을
지킨 것뿐이었다.


우리는 자주
다 하지 못한 하루를
실패처럼 기억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끝까지 가지 않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잠시 멈추는 선택,
남겨두는 결심,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할 수 있는 힘.


다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걸
오늘은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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