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플브레이커 Jan 20. 2024

남보다 못한 부부사이, 이제 그만하자

부부관계 개선을 원하는 결혼 10년 차  아내의 내편 만들기 프로젝트

자기라고 부르기도 어색해진 당신


진짜 오랜만에 쓰는 편지다. 연애 때는 우리 종종 편지 썼었나? 나도 도통 기억이 없네.

첫 문장부터 싸우자는 건가?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고.. 그냥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마흔 줄에 들어서 그런가? 연말에 건강검진받으러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이 들고 아프면 결국 병원 같이 와줄 사람은 배우자뿐인데 과연 우리는 그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용호상박 극과 극인 우리가 만나서 그동안 참 많이도 싸우고 서로 상처 주며 살았다. 벌써 그 세월이 10년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결혼 선배들 말로는 결혼 10년이면 서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점점 맞춰져서 덜 싸운다고 하던데 과연 우리의 10주년은 어떤 모습일까?


얼마 전에 내가 물었던 질문 기억나? ‘진짜로 내 편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당신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그때 참 슬펐어.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결혼이라는 걸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참 서로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내가 느끼는 외로움만큼 당신도 참 외로웠겠지. 우리 참 바보 같다. 밖에서는 허허실실 사람 좋은 척은 다하면서 왜 이리 집에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에 예민 까칠 보스모드였는지.. 헛 똑똑이들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면으로 싸우자는 건 아니고. ㅋㅋ 얼마 전에 회사 동료분이 나에게 일타스님의 책 한 권을 권하셨는데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원망만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틀어지게 된 데는 나의 잘못도 참 큰데 나는 나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스스로를 지옥 속에 가두었던 것 같아.


연애 때와 신혼 초를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우리 친정 식구들에게도 참 잘했던 당신인데 내가 당신을 점점 지치고 변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 나도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데 가치관도, 성향도, 생활 습관도 다른 우리가 함께 살다 보니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대화가 끊기고 어느 순간부터 같은 공간에 함께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해져 버렸지.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아이도 있고, 남은 우리의 인생도 구만리라 계속 이렇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한번뿐인 인생이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기도 부족하고 아쉬운 인생인데 매일매일을 살얼음판 걷듯이 서로 날 세우며 살기에는 너무 피곤 하고 힘이 든다. 지금 당장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가장 아쉬운 것이 좀 더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한 것 일 것 같아. 인생의 1/3 정도 온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 관계에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건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위한 것이도 하고


아이의 소원을 물어볼 때마다 참 마음이 철렁철렁해.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 흔하디 흔한 말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대화 없이 조용한 저녁식탁에서 엄마 아빠 말 좀 해라는 아이의 말이 가끔 비수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가장 좋은 교육은 사이좋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라는데 날마다 아이를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 좋은 곳을 다니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아이는 우리를 보면서 부부와 아빠, 엄마의 롤모델을 그리게 될 텐데 지금 우리 부부의 모습으로는 안될 것 같아.


내가 전에 부부상담을 권했을 때 ‘우리 사이에 문제가 없는데 왜 상담을 받아야 하냐고 했잖아. 내가 좀 더 당신 말을 들으면 된다고’. ‘그럼 나에게 바라는 것은 없냐고 했더니 이제는 그냥 포기해서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사실 우리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인식과 관계개선의 의지인 것 같아. 아이를 봐서라도 그리고 당신의 남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줘.


이 편지는 당신을 질타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당신에게 무엇을 강요하기 위한 것도 아니야.

나의 의지의 표명이랄까? 앞으로 나는 당신에게 참회의 편지를 쓸 거야.

그동안의 우리 삶을 돌아보면서 당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잘못한 점들에 대해 진심으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거야. 그리고 달라지고자 노력할 거야.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참회의 편지의 마무리에는 내 마음이 내 삶이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우리 이제 그만 미워하고 행복하자.



                                           2024년 1월의 어느 늦은 밤

                       더 이상 남의 편이길 원치 않는 너의 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