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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Nov 01. 2021

엄마에게 외도를 권합니다.

우리가 마음이 없냐, 시스템이 없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앞으로 5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지금  순간의 일탈이 5  내가 그리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감미로운 긴장감을 느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도덕적으로 잘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도 있지만 
마땅히  
모습이여야 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느끼는 죄책감도 있습니다.
이런 죄책감을 '내재적 죄책감 
(intrinsic guilty)' 이라고 합니다.
죄책감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김병수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어제 이 시간쯤 나는 청도 시골마을에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카니발 운전석에 앉아 마음의 깊을 곳을 끌어올린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밖에서 내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면, 미친 사람으로 보았을 게 당연한 풍경.


어스름한 일요일 새벽 4시 20분.
알람소리를 듣기도 전에 불편한 잠에서 깨어났다.

도대체 지금 유일하게 새벽 늦잠을 자는 일요일 이 시간 왜 때문에 긴장 상태로 깨어난 거지..


청도라고 하니 그런 줄로만 아는 내곡리랬나? 여튼 확실히 이름도 모를 시골 논두렁 밭을  시간  덜덜 떨며 걷고 있었다. 새벽 연무가 자욱했고 어둠을 그리고 벌레를 무서워 하는 나는 집에서 마을 회관까지 덜덜 떨면서 내려갔다. 그 이유는


'나와 같은 열성 엄마들과의 만남'  위해서다.

최씨 형제들의 가족모임으로 만들어진 이번 주말의  공간엔 거실까지 거나하게 취해 잠들어 있는 빽빽한 가족들의  바구니를 쥐죽은 듯한 모양새로 겨우 빠져나왔다.


 미팅이 가능한 유일한 장소는  , 차가 들어오기 비좁아 마을회관에 세워둔 . 새벽 시간  홀로 거기까지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내 나를 괴롭혔더랬다. 잠을 자는  마는  뒤척이다가  괴로웠던 시간을 막상  뚫고 나가버리니 차라리 속은 편했다.


그런데 어렵게 어렵게 도착을 했는데 이런, 줌 접속이 안된다. 아차!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 처음으로 접속하는 시도다. 이게 왜 안되나.. 싶어 나를 만나자고 이새벽에 모인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1초 1초 긴장감으로 꽉 들어찼다. 무슨 타이타닉의 여주남주가 탄 차도 아닌데 차창에는 서리와 물기로 가득하다.





이렇게 힘들게 이루어진 만남인만큼, 손안에 쥐어진 인터넷 세상으로 만들어진 청도 시골에서의 새벽  미팅 자리에서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주어야  시간이 가장 아름다울까?


식스팩은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여섯개의 저글링을   굴려야 하는 특수 직군인 우리, 식스팩을 함께 써보고  자리를 인생우선순위 1번에 놓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자. 엄마라는 직업은 전업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났을  엄마로 정해져서 태어난  아닌 엄마라는 업을 선택했을 뿐이고  일은 어디까지나 부업이다. 그런데 삶을 쉽게 잠식하는  거대한 부업이라는 디폴트로 끼고 체력관리 경력관리 멘탈관리도 해야 하는 우리  시간을 현명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두 적극적 외도를 하자!!

이렇게 그 새벽 외도를 도모했다.


한 엄마가 말했다.

"작가님 책 읽고 동기부여가 되서 운동에 좀 집중하고 나를 찾아가고 있는것이 순조로워 진 듯한 어느날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 즉, ...."


뒤는 안 말해도 훤히 보인다. 내가 수 없이 많이 받아왔던 담임선생님 혹은 주위의 우려 섞인 전화,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당연한 생각의 꼬리표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새끼들 저렇게 잘 못 키워가면서.... 지 인생만 중요하다고..."

주로 이런 레퍼토리로 시작되는 자책의 꼬리표. 그리고 그 것을 힘겹게 눈물로  떼내기까지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묻고 싶었다. 그 누군가에게 줌미팅으로 만난 엄마들에게, 도로 또 내 자신에게

엄마의 일탈없이, 쳇바퀴의 일상생활 속에서 과연 엄마 개인의 성장이 가능할까? 엄마의 성장없이 그 엄마가 이룬 한 가정의 아이들이 진정으로 잘 클 수 있을까?


나는 이 답을 감히 찾아냈다고 말할만큼의 시험기간을 거쳐왔다고 믿는다.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운동을 위해 뛰어다니던 시절, 분명 엄마라는 직업에 운동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제대로 박아 넣는 것은 처음이 어려웠다.

그런데 결국 뚫어내고 나니,  끝은 다행히도  아름다웠다.  지지부진 기약없이 하는 엄마의 운동은 정당화 되기가 쉽지 않지만 정해진 기간을 두고 결과물을 내고 가정으로 건강하게 복귀한 엄마를 향한 박수갈채는 환희다.


바디프로필 사진은 안 찍어도 상관이 없다. 인연이 되어 책출간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지만, 나에게도 바디프로필이란 그저 마감을 자축하는 하나의 상징성, 마감을 위해 쓰는 도구에 불과했으니.

그저 한동안의 삶을 유지할만한 체력관리의 습관을 들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분위기는 자연  화기애애해지고, 긍정 에너지속에서 우리 가족이  행복해 지게  것이다.


바로 이 포인트가 엄마들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닐까..


내가 느낀 운동의 과정과 사남매 엄마라는 거대한 자리를 뚫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들을 숨김없이 꾸밈없이 그대로 나누었다.



약속된 2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데.

덜덜떨면서 오던 나와 돌아가는 나는 같은 육신에 다른 영혼을 장착한 사람 같았다.


시간을 함께 보낸 엄마들에게서 찐 감사인사도 쏟아졌다. 여러 기분좋은 피드백 중에 가장 좋은 건.

육아체증이 훅 내려갔다는 이야기와 오늘의 만남으로 작가님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는 말이었다. 시골길을 덜덜 떨며 내려온 모든 수고를 다 털어내고, 날아갈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더 많은 엄마들이 이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래, 우리가 마음이 없냐. 마땅한 길이 없지..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는 식상한 캐치프레이즈 대신, 진짜 공부할 장소와 시스템이 탁 눈 앞에 있으면 그걸 안 할 대한민국 부모는 없다. 얼마나 자식사랑과 후손에 대한 생각이 깊은 민족인데...


괜시리 코끝까지  시큰해지면서, 오늘 만난 한분 한분도 모두 자신만의 완벽한 외도를 통해 가정이 올바르게 서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거다.

그리고 나의 최종 꿈인 '부모학교와 시스템'을 꼭 만들어 내고 싶다고 불끈 마음의 힘을 모으게 됐다.


청도 가족모임은 사실 그렇게 내켜서  곳은 아니었다. 내가 제일  참아내는 감정이 '불편함'인데  곳은 예정된 불편함이 있을 곳임이 뻔해서일까..

내려오는  아침에는 없던 두통과 몸살끼까지 생겨 약도 챙겨먹고 '애써 괜찮은 ' 노력하며 왔다.



그런데  미팅으로 '진짜 나와 비슷한' 엄마들을 만나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멀쩡하게 그대로 자고 있던 가족들일 뿐인데 너무 고맙고 하나하나 새록새록 괜찮은 사람들로 돌아와있었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내가 괜히, 이런 생각이 들고, 새근거리며 자는 아이들도 유독  예뻐보였다.



새벽의 잠깐의 일탈에도 이렇게 세상이 바뀔 판인데, 본격적으로 엄마들이 '제대로 된 의미찾는 인생'을 향한 외도는 얼마나 아름다울 결과를 가져올까?

막연하고 큰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이 마음이 반나절정도 밖에 못 갔고 그 뒤로는 다시 사남매 엄마의 일상으로 돌아왔다지만 가슴 한 켠에 든든한 종이 한 겹, 아니 마분지 한겹은 쌓은 하루인 것 같아 마음이 참 든든했다.


오늘 새벽,  마음의 여운을 안고 330, 유난히  떠지는 월요일 작업실로 출근하는 , 나에게 진심어린 칭찬이 인색한 나인데 문득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 문득 자랑스러워 지는  아니겠는가?


오늘도 나의 큐레이션 글감을 기다리는 글벗들에게 한마디, 한줄이라도 더 와 닿는 글을 전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 새벽시간.


처음에는 엄마의 글쓰기는 일탈이었고 엄마의 운동은 가정의 불균형이자 균열의 온상지였는데, 이게 자리 잡고 나니 어느새 나는 감사하게도 대단한 아내, 존경받는 엄마, 엄마들이 사랑하는 엄마가 되어있다.


그러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외도이고 일탈일까?


출산 출간이라는 무서운 명제를 잠깐 내려놓고 이웃 엄마들에게 더 재밌는 것을 권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대의를 위한 외도와 일탈!!!
결국 그게 그거지만,^^

글벗들과 약속한 발행시간이 다 되었으니, 아침에 읽은 책에 구절, 띵언을 얹히면서 글을 마무리해본다.


아름다운 삶이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행동할  일구어지는 것이다.
인생과 세상을 높은 시점에서 넓게 바라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잠재력을 끌어올렸던 노력
그 자체다.
김병수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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