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사남매 집의 아침 풍경은 전쟁터입니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죠.
"얼른 일어나! 세수하고! 이러다 또 늦겠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잔소리 폭탄이 터집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제 마음 같을 순 없으니까요. 어떤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어떤 아이는 제가 방에 들어가 이불을 잡아당겨야 겨우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다행인 건, 스스로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가 하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셋째죠.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야무지고 믿음직한 아이라는 뜻일 거예요. 저희 집 셋째 딸도 그렇습니다. 위로 언니가 둘, 아래로 남동생이 있다 보니 눈치가 빠르고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어제, 그런 셋째가 난데없이 "학교 안 간다!"라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셋째는 언니들이 둘이나 있어서 늘 옷을 물려받아 입습니다. 그런데 그 옷들은 둘째 언니가 아닌, 첫째 언니에게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체격도 크고 스타일이 중성적이라 취향이 맞지 않아서, 날씬한 첫째 언니의 옷을 주로 입게 되죠. 하지만 세 살 차이가 나다 보니 옷이 살짝 크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 셋째는 갑자기 첫째 언니가 입던 옷을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보기에도 컸습니다. "이건 좀 큰 것 같은데? 조금 더 크면 입자"라며 원래 입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건네주었죠.
그런데 셋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굳이 큰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고 가겠다고 버텼습니다.
"이건 아직 너무 커서 이상해 보일 거야. 그냥 원래 입던 옷 입자."
"싫어! 이거 입고 갈 거야!"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셋째는 마지못해 원래의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더니 갑자기...
"나 학교 안 가!"
그 말과 함께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왜 그래? 그냥 옷 때문에 그러는 거야?"
"몰라! 학교 안 가!"
평소 씩씩한 셋째가 이렇게까지 우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울음을 달래려 해도 멈추지 않았고, 시간은 점점 흘러 등교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세 아이를 먼저 셔틀버스에 태워 보냈습니다.
"너는 엄마가 차로 데려다줄게. 자, 이제 울음 그치고 가자."
하지만 셋째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울었습니다. 기분을 돌려보려고 가는 길에 쓰레기도 버리고, 분리수거도 하며 시간을 끌어 봤지만 효과가 없었죠. 그렇게 학교 앞까지 갔지만, 셋째는 여전히 울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시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셋째가 왜 그러는 거예요?"
"아침부터 계속 울고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요. 좀 달래 보고 데려가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아, 오늘 체육 시간에 요가 수업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금 늦어도 좋으니 잘 달래서 보내 주세요. 오늘 토마토도 심을 예정이라서 꼭 왔으면 좋겠어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학교 가고 싶어. 오늘 요리 수업도 있는데..."
조금 전, 울면서 했던 셋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 이 아이는 정말 학교 가기 싫었던 게 아니구나. 그저 자기 마음을 몰라준 게 속상해서 울었던 거구나.
순간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그저 셋째가 언니 옷을 입고 싶어 떼쓰는 줄만 알았거든요. 통화가 끝난 후, 옆에서 듣고 있던 셋째는 조용히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고 말했습니다.
"나 학교 갈래."
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닦고 가방을 메는 셋째.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씩씩하게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꼬박 한 시간을 울었습니다. 차를 탔다가, 걸어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가... 정말 전쟁 같은 시간이었죠. 그리고 나중에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어요. 아까까지 울었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요!"
그제야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아이가 단순히 떼를 부리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인 저는 그걸 몰라주고 너무 쉽게 단정 지어 버렸던 것 같았습니다.
조금 크더라도, 그냥 아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가게 했다면 이 사단이 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울고도 결국 씩씩하게 학교에 간 셋째를 보니, 괜히 더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통해, 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