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을 고를 때
무언가를 얻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덜 시끄러워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읽는 내내 말을 아꼈다.
정답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삶을 정리해주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다만 어떤 장면과 감정만을 조용히 남겨두었다.
그게 좋았다.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
책 속 문장들은
내가 미뤄두었던 마음들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읽다 보면
이 문장은 왜 여기 있을까,
굳이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여분 같은 문장들 덕분에
책이 더 사람 같아 보였다.
다 읽고 나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지진 않았다.
대신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 하나를
괜히 미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이 해준 일은
새로운 답을 주는 게 아니라
기존의 마음을 조금 덜 다그치는 일이었다.
아마 이 책은
기분이 아주 좋을 때보다
애매할 때 더 잘 읽힌다.
딱히 불행하지도,
그렇다고 충분히 만족스럽지도 않은 날.
그럴 때 이 책은
앞에 나서지 않고
같은 속도로 걸어준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만 남는다.
어떤 책은
읽었다는 사실보다
읽는 동안의 태도를 기억하게 만든다.
이 책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