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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담 Dec 28. 2022

[사우나: 수중진담]

나는 현관문을 나서기 전, 스마트워치로 시간과 기온을 꼭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나서야 통근버스를 탈 수 있고, 얼마나 추운지 알아야 마음에 준비를 할 수 있다. 7시 25분, 영하 7°이다. 영하 7°도를 확인한 후 내 양손을 거북이가 목을 등껍질로 집어넣듯 주머니 깊숙한 곳에 푹 쑤셔 넣고 집을 나선다.


출근길에는 만나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추위 따위는 안중에 없는 가벼운 옷차림의 학생들, 추위에 지지 않기 위해 꽁꽁 싸맨 직장인들이다. 나 또한 겹겹이 껴입은 옷들로 뒤뚱거리며 출근 중이다. 이들의 대비는 괄목할만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것을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칼날 같은 찬바람에 얼굴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 사우나 가고 싶다…’

어딘가로 꼭 향해야 한다면 그 목적지가 사우나였으면… 통근버스 기사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출근길 도로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통근버스를 기다린다. 나는 해적통아저씨가 되었고, 바람은 장난감칼이 되어 가차 없는 룰렛게임이 시작되었다. 찬바람을 피해 온탕에 풍덩 빠지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손, 발이 점점 얼어 감각을 잃어버리기 직전 통근버스가 떡하니 내 앞에 찬바람을 가로막고 선다. 차 안의 공기는 사람들의 온기로 데워져 마치 사우나 탈의실 정도의 훈기가 느껴진다. 창가 의자에 홀로 털썩 앉아 곧바로 눈을 감는다.


점심시간에라도 다녀올까를 고민할 정도로 간절히 원했다. 간절히 원하면 꼭 꿈에 나온다.


내가 온탕 안에 가만히 앉아있다. 사우나 안에는 웬일인지 나 혼자다. 조용한 탕 안에서 물방울이 탕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홀로 사색에 빠진다. 전화벨, 프린터, 자동차 등 수많은 소리에 지친 내가 온전한 쉼을 누린다.



잔잔함 가운데 물방울 소리 하나가 ‘그때 그러지 말걸…’,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지…’ 등 내 머릿속 수많은 잡념들을 씻어낸다.


약간 열려있는 수도꼭지에서 좁은 길을 비집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이 조그맣고 보잘것없는 물방울 하나, 또 다른 하나가 넓디넓은 탕 속에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그 마찰에는 작지만 큰 울림이 있다. 나의 땀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또한 세상이라는 넓은 열탕에 떨어지면 큰 울림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그만 창문 틈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온다. 그러다 점점 바람이 강해지고 주변이 빛으로 밝아진다. 추위에 떨며 눈을 떴다. 통근버스가 회사에 도착해 문을 열고 전등을 켜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겨울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좌석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 발걸음 또한 작지만 큰 울림이 있기를 바란다.

https://youtu.be/HWFv0Jr6s28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출처: Blog, 에레혼재방문 / YouTube, terre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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