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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담 Oct 05. 2023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EP.2

서점까지 걸어서 가면 15분이 걸린다. 슈퍼 맞은편으로 가면 버스를 타고 5분 만에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집을 나서기도 했고, 노래를 들으며 골목길 구석구석을 지나 서점으로 출근한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흘러나온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듣고 난 후 멜로디가 계속해서 귀에 맴돌아 급기야 노래를 찾아서 출근길 BGM으로 듣고 있다.


나는 종종 걸어서 서점에 출근하곤 한다. 회색 빛 전봇대에는 하숙생을 구한다는 낡은 전단지, 전봇대 위로 서로 얽혀 있는 전깃줄 그리고 울퉁불퉁하게 포장되지 않은 길 곳곳에는 옛 향수와 정이 여전히 덕지덕지 묻어있다.


자취방에서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상점들이 몇 개 줄지어 있다. 정육점 황 씨 아저씨, 방앗간 영자 아줌마, 철물점 고철 형님 등 다들 분주히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살짝 위 언덕에서 바라본 상인들의 모습은 마치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뮤직비디오 같이 느껴졌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 상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른을 보면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해야 한다.’ 어릴 때 태권도장 관장님께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태권도장에서 혼내가며 예절교육을 시켜주신 관장님과 소식이 끊긴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어폰을 잠시 빼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늘 고기가 좋아 보이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아줌마~”

“철이 형님,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여~ 채수 굿모닝!”

“채수 총각 아침은 먹었어?”

“채수, 이하동문이야”


인사를 받아주는 모습은 가지각색이지만 이들의 아침 인사가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만은 똑같다. 사소한 아침 인사가 골목길의 활기를 더해준다. 상점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이 끝나기 전에 다시 이어폰을 끼고 괜스레 뒤로 한번 돌아본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나지막이 이 가사를 읊어 본다.


조금만 더 걸어가다 보면 서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나 아까 내린 여우비가 잠그지 못한 창문 틈으로 들어갔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서점에 도착했을 땐 마음이 한결 놓였다. 오래된 은행나무에서 흩날린 샛노란 은행잎들의 종착지는 오늘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 입간판이다. 약간의 물기가 묻어 느슨해진 은행잎들은 입간판 위에 수북이 쌓여 쉬고 있다.


마음을 놓은 채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다시 서점 문을 박차고 얼른 도망쳐 나왔다.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살며시 문을 열고 소리쳤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나는 섣불리 들어가지는 못하고 애꿎은 문만 꽉 부여잡고 다시 소리쳤다.

“거기 누구 있냐고요…?”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참을 문 앞에서 대치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어느 정신 나간 놈이 서점에 숨어 있겠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안쪽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가니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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