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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초롱꽃, 감사의 기도

by 사유

섬초롱꽃은 여름의 끝자락, 바람이 불어오는 자리에 서서 고요히 피어납니다. 이 작은 꽃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섭니다. 섬초롱꽃은 꽃말로 ‘감사’, ‘기도’, 그리고 ‘충실’을 품고 있습니다. 그 작은 존재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요.


섬초롱꽃은 다른 꽃들과 비교할 때, 그 자생의 방식이 특별합니다. 우린 흔히 꽃들이 눈에 띄게 자라거나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섬초롱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자라며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숲속의 그늘진 곳이나 바위틈에서 여유를 찾는 섬초롱꽃처럼, 인간도 고요한 순간에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요.


섬초롱꽃의 생존 전략은 바로 ‘인내’와 ‘겸손’입니다. 때로는 작은 꽃잎을 펼치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또 때로는 강한 바람에 흔들리며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 힘겨운 과정 속에서도 섬초롱꽃은 결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며 한 송이 꽃을 피웁니다.


이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았습니다.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움, 때로는 뚜렷한 목표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기쁨을 찾고,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요. 섬초롱꽃처럼, 우리도 다시 일어날 힘을 모아 하나하나 꽃을 피워냅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온화하고 겸손한 사람은 항상 큰 일을 이룬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섬초롱꽃의 자생 방식과 일치합니다. 섬초롱꽃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라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온화하고 겸손한 태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삶에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선 때로는 조용히,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됩니다.


서양 고전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참을성 있는 자가 결국 기회를 얻는다"라는 말은 섬초롱꽃의 생존 전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꽃이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듯, 우리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기다리며 고요히 그 시간들을 보내야 합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감사와 기도를 발견하게 됩니다.


섬초롱꽃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지나쳐가며, 그 속에서 ‘감사’를 배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순간을 ‘기도’로 바꿀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꽃입니다. 섬초롱꽃은 그 존재 자체로 작은 충실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내와 기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며 우리는 섬초롱꽃처럼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오늘도 섬초롱꽃처럼 고요히, 감사와 기도 속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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