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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채

바람 속에서 피는 법을 아는 꽃

by 사유

가는 줄기, 연한 숨결
장구채는 바람 많은 들판에 핀다.
제 몸을 맡긴 듯 흔들리지만
끝내 꺾이지 않는 꽃.


진분홍 꽃잎 몇 개로
초여름 햇살을 견디고,
흙먼지 날리는 길가에서도
제 빛을 감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장구채는 기다리지 않는다.
제 시간이 되면 피고,
제 철이 오면 져간다.


바람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
그 흔들림 속에 담긴
묵묵한 강인함을 배운다.


이름보다 살아가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존재,
장구채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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