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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에 Aug 01. 2020

며칠 전의 꿈과 요즘 눈물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다같이 무서운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무서운 영화가 싫었던 나는 옆에 있던 남자애한테 무서운 영화를 잘 보냐고 물어봤다. 자기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무서워 한다고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망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는데... 요즘의 나와 같은 생각이다. 누가 마개를 꽉 막고 있는 것처럼 눈물도 나지 않아서 누구한테 안겨서 펑펑 울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건 내 오랜 소원이었다. 은유적인게 아니라 물리적인 표현으로. 하지만 의심많고 태생적으로 혼자 서는 것이 살짝 재밌는 나는, 이제 내 성격에 내가 안심하고 전력으로 기댈만큼 강한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기대면 같이 넘어질까 가만히 있던 사람을 끌어당겨 나한테 기대게하는 이상한 자처함이 있다. 누가 기대도 항상,넘어지지않고,그대로 있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정말로 누구를 무엇을 찾아 헤멘건지. 바보같던 시간들이 너무 바보같아서 눈물이 나면서도 씁쓸하다. 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꿈 얘기로 돌아가서, 결국 어두운 영화관에 잔뜩 긴장한채로 들어갔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나보다 무서운 티를 내는 그 사람이 내 손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서 촌스러울만큼 꼭 잡았다. 손엔 땀나서 축축하고 손을 잡는다기보다는 움켜쥔듯 잡아서 나는 너무 불편하고. 하지만 너도나도 무서우니 손을 꼭 잡자 하는 식의 그 사람의 당연한 듯한 태도가 좋았다. 영화가 시작하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사람은 무서워서 자꾸 내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막상 나는 괜찮아서 ‘아 진짜 촌스럽게 왜저러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심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무서운 숲길을 걸을 땐 나보다 약한 사람을 데리고 가면 용기가 생긴다고 하는데 딱 그런 느낌.

무서운 영화를 못보는 사람이 찾을 사람은 무서운 영화를 잘보는 사람이라기보단 이러나저러나 손을 꼭 잡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있어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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