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1편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섬나라인 '모리셔스'라는 휴양지를 신혼 여행지로 선택했다. 에메랄드 색깔의 바다, 산호초 그리고 연중 내내 놀기 좋은 초여름 날씨로 유명한 곳이다. '신은 천국을 만들기 전에 모리셔스를 창조했다.'라는 헤밍웨이의 명언도 있다. 아름다운 모리셔스에서 시원하게 입으면서도 사진도 예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플로럴 원피스를 사보았다.
그 당시 무채색 옷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화려한 색상이나 무늬의 옷은 처음 사게 되었다. 뭔가 다른 종류의 특별한 옷을 사고, 여행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어쩌면 결혼식보다도 여행갈 캐리어에 이 원피스를 접어 넣으면서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뭔가 결혼식은 순서대로 잘 진행되어야 하고 또 약간은 긴장되는 큰 이벤트인데 비해 신혼 여행은 모든 걸 다 끝내고 즐길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원피스의 얇고 시원한 소재감, 맥시한 기장, 브이넥, 착 감기는 착용감 등이 마음에 들었다. 라탄 모자와 잘 어울려서 휴양지 맞춤형 원피스라 해도 무방하다. 로우탑 스니커즈와 잘 어울려서 걷기가 포함된 여행 코스에도 문제 없다. 리조트 내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 멋을 부리려면 웨지 샌들과 매치하면 된다. 이렇게 한 벌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신혼 여행이다 보니 하프보드 패키지를 선택했다. 리조트 내의 식당에서 조식과 석식을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석식은 프렌치, 이탈리안, 일식, 인디안, 씨푸드 중 선택해서 코스 요리를 먹었다. 크레올식 오믈렛, 수제 버거, 새우 구이 등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고 많이 먹을 때도 원피스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딱히 조임이 있는 실루엣이 아닌 이상 많이 먹을 때 이보다 편한 옷이 없다. 원피스 만세!
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휴양지 여행의 재미와 플로럴 원피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경유를 포함해서 15시간을 날아간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신기했다. 이국적인 휴양지와 평소와 다른 옷차림이었던 플로럴 원피스 둘다 나에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로 느껴졌다.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규율,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기분이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나의 일탈을 지속하게 해주는 것은 플로럴 원피스였다. 그때부터 화려한 색상과 패턴의 옷에 관심을 가지고 모으게 되었던 것 같다. 재미난 옷들과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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