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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Mar 26. 2021

김진아와 신지예의 정치 디자인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스터 디자인 비교 분석

서울시장 보궐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곳곳에 포스터들이 붙어 보던 중 소수정당들 공보물 디자인에 놀란 점과 아쉬운 점들이 있어서 SNS에 업로드한 것보다 조금 더 세세하게 기록한다. 어차피 서울시민 아니라 시장 투표도 못하는 실정이라 당색이나 정치적 의견과 무관하게 오롯이 목적성 디자인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쓰인 글이다.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의 포스터가 뚜렷한 타깃을 설정한 캐치한 슬로건 그리고 대중을 위한 디자인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좌)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의 선거 포스터 (우) 무소속 신지예 후보의 선거 포스터


1. 인물 이미지 및 포즈


후보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인물의 이미지다. 이것이 공보물을 스쳐 지나가는 대중을 상대로 후보의 스탠스를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진아 후보는 기존 선거 포스터에 사용되지 않던 굉장히 볼드한 어프로치를 택했다. '선한' 미소를 짓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머리의 일부를 크롭하고 넥라인까지만 나오게끔 줌인을 해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보통 선거 공보물 포스터에서 인물의 머리를 자르는 일이 드물다는 걸 고려했을 때 군소정당의 제0목표인 당 브랜드 제고에 있어서 여성의당이 택한 전략은 수많은 군소정당 후보 사이에서 튈 수 있는 수단으로 효과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반면 신지예 후보는 텍스트 사이로 손을 내밀고 있다. 소수자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포즈일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결과적으로 다분히 성적 대상화된 설현의 등신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레퍼런스란게 강하게 작용해서 신지예 후보의 의도가 무엇이든 유사한 '설현의 등신대' 이미지가 떠오르는 순간 유사한 이미지로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바스트 바로 위로 올라오는 민소매 탑을 블레이저 안에 입은 것이 여성의 '전형적' 스타일을 따른 지점이라 너무 아쉽다.


2. 소속 및 레이아웃


김진아 후보 포스터에서 광고회사 아트 출신 CD의 경력이 가장 잘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프린트물의 목적과 그 타겟 (대중)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레이아웃이다. 짧은 촛수에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사람의 시선은 우상단 - 좌하단 - 우하단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단촛수 광고에서 브랜드 노출을 할 때 우상단에 로고를 넣는다. 김진아 후보 포스터에서는 이 위계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한다. 우상단에 당명을 넣고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좌하단에 기호 11을 넣었다. 그리고 우하단에 김진아를 넣음으로 가장 중요한 정보 세 개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순서대로 파악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반면 신지예 후보는 팀서울이라는 집단을 표기하고자 했으나 애매한 좌 중앙(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시켜 팀서울에 대해 모르는 대중이 이를 보았을 때 이게 무엇인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이 구성되어있다. 팀서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 조차도 팀서울 위 체크무늬 깃발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대중에 대한 배려가 없는 레이아웃이다. 체크 깃발의 의미가 궁금해서 팀서울의 웹페이지까지 뒤져보았으나 깃발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텍스트에 디자인적 장치가 가미되었을 때는 합당한 로직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 시점에서 90도로 돌아가 있는 #withyou 는 왜 회전되어있는지 이유를 당최 알 수 없다. 또한 깃발을 제외한 텍스트 레이아웃을 보았을 때 신지예 후보 좌측에 위치한 팀서울의 텍스트와 윗선, 아랫선, 센터가 맞지 않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인상을 받게 한다. 팀서울과 같은 쪽에 작은 글씨로 배치하거나, 텍스트 레이아웃을 통일시켜 배치하는 것이 차악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제일 중요한) 이름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가 디자인의 기본을 제일 위반한 부분이다.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에서 후보의 이름이 팔 그림자에 의해 훼손되어있다. 이건 광고 디자인에 있어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요소인데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 (혹은 인물)의 이름은 어떤 맥락에서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이름을 훼손한다는 것은 제품의 존엄성도 떨어뜨림과 동시에 광고물의 목적성에 위배된다. 또 신지예 후보 공보물의 레이아웃은 총 6개의 레이어로 구성이 되어있다. 가장 아래서부터 '당신의 자리가 있는' - 신지예의 머리 - '서울' - '신지예' - 신지예의 팔 - '15'의 순서로 쌓여있다. 걸어가는 사람의 시선 속도에 맞춰 정보가 입력되어야 하는 선거 포스터에서 무려 6개의 레이어로 지면을 구성한다는 것 역시 디자인의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 


김진아 후보의 이름은 11을 기준으로 가로가 아닌 세로 레이아웃으로 배치되었는데 이것이 후보의 사진과 가독성을 모두 잡은 영리한 선택이다. 만약 11을 기준으로 좌-우 가로로 이름을 배치했을 경우 흰 글씨가 흰 셔츠에 가려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림자나 스트로크 등 다른 디자인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텍스트가 인물의 목을 지나가는 건 인물 사진과 텍스트를 배열할 때 가장 금기시하는 거라 - 인물사진에서 목이 가지는 상징성이 큰데 텍스트가 목을 자른다는 건 그만큼 인물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 - 추가 디자인 장치 없이 가독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우측의 세로 배열을 택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름 타이포그래피에서 모음의 세로선 기준으로 정렬한 기본적인 사항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4. 슬로건 및 위계 설정


텍스트로 정보의 위계를 보여주는 방식은 폰트의 두께, 크기, 색상 등이 있다. 특히 선거 공보물처럼 심플하면서 돋보여야 하는 지면의 경우 위계의 요소를 다양하게 사용할수록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김진아 후보의 포스터에서 가장 높게 사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에서 가장 우선해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인 위계 설정을 아주 뚜렷하게 해서 한눈에 정보를 순서대로 인지할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여성의당 색인 보라를 배경에 단색으로 활용했고 강조 컬러로 과감하게 보라색의 보색인 옐로우를 선택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가독성이 박살날 수 있는 옐로우를 배경에 깔린 보라색과 명도와 채도를 맞춰 눈이 편안한 상태로 가독성을 높이고 텍스트 안에서도 강약을 효율적으로 주어 여성의당이 밀고자 하는 슬로건 '여혼살'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텍스트의 크기도 슬로건은 확실하게 작게, 기호와 이름은 상하단 선의 레이아웃을 맞춰 확실히 크게 표기했다.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컬러의 선택이다. 핫핑크는 화이트 배경에서도 블랙 배경에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리고 핑크 하나만을 이용하여 모든 텍스트를 작성해서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한눈에 알 수 없는 것도 아쉽다. 또한 슬로건과 이름의 텍스트 크기가 같아서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지 지나가는 빠른 시선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당신의 자리가 있는' 이 머리 뒤에 위치하고 '서울'이 머리 앞에 위치함으로써 서울이 가장 중요한 정보로 인식되고 있는데 신지예 캠프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서울'이 아닌 '당신의 자리'일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레이어 구성도 아쉽다. 그리고 곁다리지만 가운데 정렬이 두줄 이상 넘어가면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은 정렬 방식이 아니다. 


디자인은 기교를 부리기 이전에 기본을 정확하게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엔 젊은 정당에서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파인아트가 아니기 때문에 원칙이 있고 어느 정도는 모범답안이 있다. 이를 지킨 상태에서 기교를 부리는 것은 좋지만 기본을 어긴 디자인은 오히려 대중을 배려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광고회사 아트디렉터로 근무하며 나를 과시하는 디자인이 아닌 타겟을 위한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혹독하게 배웠었다. 기교 부리고 실험적인 아트가 아닌 기본을 지키고 타겟을 이해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김진아 후보의 포스터를 보며 기본이 너무 잘 지켜진 디자인에 슬로건이 엣지있게 잘 뽑혔길래 이리저리 찾아보았더니 전 이노션 아트 출신 CD더라. 역시 광고회사 짬이 빛나는 순간인가... 


여성의당 포스터가 다양한 이유로 - 얼굴이 너무 줌인 되었다든지, 화이트 셔츠에 수트를 입었다든지 -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수많은 군소정당 사이에서 회자될 수 있다면 여성의당의 당 브랜드 제고의 목표는 훌륭히 이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당이 꾸준한 브랜드 색을 구축하며 정치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인상 깊다. 대형 정당이 광고회사 혹은 광고업계 인력을 들이는 데에 큰 힘을 쓰는 건 이유가 있는데 김진아 후보 자신이 대형 광고회사 CD출신인 것이 그 몫을 톡톡히 하는 듯하다. 


여하튼 신지예 후보 포스터를 보며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 많이 보여서 공보물 디자인에 대한 소회를 기록한다. 탈광고했는데도 이런 거만 보이는 거 보면 아직 마음은 탈광고 탈아트디렉터를 못했나 보다(?)


여자들이 정치판에서 더 잘됐으면 좋겠다. 특히 군소정당일수록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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