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Oasis)가 오고 있어. 나에게로

가지 못한 공연, 그리고 되찾은 시간

by KeepWhatMovesMe


오아시스가 한국에 온다. 내가 오아시스에게로 간다



오아시스의 내한이 다음주로 다가오면서

내 인스타 계정에 올라오는 글의 30% 가량이 오아시스 관련된 글로 도배되기 시작했어.

올라오는 족족 다 읽어보고 하트를 눌러댔더니

이제는 심지어 일본팬들이 일본어로 작성한 오아시스 관련한 게시물까지 올라오기 시작했어


여러가지 감각적인 카피도 눈에 띄웠는데, 가장 맘에 든 것은 저것이었어.

"오아시스가 한국에 온다. 내가 오아시스에게로 간다"


나는 2006년 오아시스의 첫 내한공연을 가기도 했었고,

다음주에 있을 회사에서의 엄청난 프로젝트 보고 일정으로 인해

도저히 오아시스에게로 가지 못하게 됐어. 적어도 나의 몸은 말이야.


아쉬움이 커서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몇번을 물어보기까지 했어.

'오아시스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해놓고선 가지 않는 게, 정말 니가 살고 싶은 삶이 맞는 거니?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좋아하면서 살기로 했잖아'

라는 아주 거창한 질문까지 했다니까.


하지만 나는 떳떳하거든.

다가오는 10월 21일, 나의 몸은 오아시스 공연이 있는 고양이 아니라,

아주 멀리 멀리 수원에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래도 결심했어.

그들을 위해 나만의 오아시스 위크(Oasis Week)를 보내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오아시스에게로 가겠다고 말이야.



나만의 오아시스 위크(Oasis Week)


어떤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이미 스포티파이에 이런 이름의 플레이리스트가 올라와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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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플레이리스트를 무한재생하고 있거든


난, 오아시스가 발매한 모든 앨범과

해외에서만 발매되고 국내에서는 미발매된 싱글까지도 모조리 CD 형태로

다 소장하고 있음에도

꽤 긴 시간동안 찾아 듣지 않았던 음악이었거든.


한곡한곡이 재생되면서 누워있었던 기억들이 차츰차츰 일어나서 걸어다니고

풀쩍풀쩍 뛰어다니며 내게 말을 걸어왔어

그 시절 오아시스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말이야.



음악은 감정과 시간이 결합된 채로 우리 기억에 남는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

뇌는 익숙한 음악을 들을 때, 단순히 청각 정보만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그 노래와 함께 쌓였던 시간, 감정, 경험의 패턴 전체를 하나의 기억 코드로 복원한다고.


우리가 오랜만에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과거의 감정과 장면이 되살아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그 음악은 그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감정과 시간이 결합된 기억의 암호로 뇌에 저장되기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CD 뒷면에 그 앨범과 관련하여 인상적인 어떤 순간을 네임펜으로 기록해두곤 하거든.

그리고서 정말 한참이 지나서 거기 적혀진 문구를 보면서 생각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 순간을 내가 정말 살았었다고?

내게 그렇게 뜨거웠던 순간이 있었던 거지? 그치?

오아시스도 예외가 아니었어.



그렇게 우리는, 온통 우리는 오아시스를 얘기했지


이것은 그들의 가장 대표곡인 'Don't Look Back In Anger'가 실린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1995) 앨범이 담긴 CD의 후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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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글씨로 쓰여진 글을 옮겨보면 이런 엄청난 글을 써놓았는데


Don't Look Back In Anger,

어느날 우리는 종일 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얘기했지

함께 그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며

그렇게 우리는 오아시스를

온통 우리는 오아시스를 얘기했지"


나는 여기서 말하는 '우리'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어.

그 시간을 함께 거쳐간 내 곁의 누군가였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누군지 모르겠어

이상하지 않아?


그때 나에게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을,

함께 종일 오아시스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던 그 사람을,

지금의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음악은 이렇게 선명한데.


Don't Look Back In Anger의 피아노 도입부는

지금도 첫 음만 들으면 모든 걸 멈추게 만드는데.

정작 그 음악을 함께 들었던 사람의 얼굴은 안개 속처럼 흐릿해.


어쩌면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인지도 몰라.

사람은 떠나가고, 관계는 변하고, 기억은 희미해져도

음악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우리가 살았던 그 감정만큼은 지켜주는 것.



음악은 우리를 그때의 그 시간으로 데려다주나봐.


인스타에서 오아시스 공연으로 인한

여라가지 이벤트가 진행 중이고

가장 인상적인 곡을 추천해달라는 어떤 이벤트에

달린 인상적인 댓글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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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상적인 길을 걷고 있는 락커 이승윤의 친구가 단 댓글도 있었어.

그런데 내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든 건,

"오아시스를 들으면 이 곡을 들었던 15살의 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기분"

이라고 적은 어떤 댓글이었어.

가장 평범한 문장이었는데, 내가 오아시스를 들으면서

미소짓거나 울컥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는 것 같았거든.



진정, 모든 곡을 애정해


나만큼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친구가 물었어.

리암&노엘 중에 누굴 더 좋아햐나고 물었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어.

생각해보니 정말로 오아시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정말 이 곡을 부른 저 말많은 저 형제에 대해서 한번도 관심을 쏟지 않았던 것 같아.


정말이었어. 그냥 노래가 미치게 다 좋았어.


Don't Look Back In Anger의 피아노 도입부를 들으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게 돼.

과거의 상처를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그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내 삶의 중요한 순간에 그 역할을 하고 있어.


Cigarettes & Alcohol

가진 게 없는 청춘의 유일한 탈출구.

허무주의를 외치는 로큰롤 찬가인데

우리 모두는 반항하고 싶었던 그 순간이 있잖아


Stop Crying Your Heart Out

울음을 멈추고 일어서라고 말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

누군가 내 어깨를 다독이는 것 같은 손길.


Talk Tonight

어둠 속에서 누군가와 밤새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취약한 순간을 고백하는 노래.

위로받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곡이야


그러고보면, 모두 상실, 고독, 위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득해.

오아시스의 거만함 뒤에 숨은 인간적 연약함, 연대의 메시지가

우리가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의 최애곡, 'Acquesce'


예전에 썼던 글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게(부제: Oasis의 노래 Acquiesce 속의 '우리'는 누구였을까)에서

나는 이 노래 속의 'We'를 '너'와 '나'가 아니라,

나와 나를 북돋우는 나라고 해석했었어.

즉,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서

내 영혼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해석했어(그렇게 해석하고 싶었어)


https://youtu.be/L_U746gRbec?si=Fp8zfM1MvpNciNe9


Because we need each other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지


We believe in one another

우린 서로를 믿고 있어


And I know we’re going to uncover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알아내게 될거야


What's sleepin' in our soul

우리 영혼 깊숙히 잠들어 있는 그것을


2025년의 많은 순간에 나는 이 노래를 떠올렸던 것 같아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구하지 말고,

내 안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굳건히 서 있겠다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믿자고

그렇게 우리는 힘을 합쳐서

결국은 내 영혼 깊숙이 잠들어 있는 어떤 것을

깨우자고 말이야.




의 20대 후반부터,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내 삶의 상실과 허무, 외로움이 있는 곳에서

내게 항상 친구가 되어 준


그 오아시스가

지금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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