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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망 Aug 14. 2024

미술관을 어려워하시나요?

- 비전공자의 텍스트 도슨트 세계로 초대합니다 -

사람 하나 말려 죽일듯한 기세로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의 오후, 


온몸에서 찝찌름한 땀을 뿜어내는 사이, 무심하게 툴툴거리는 나의 손선풍기는 무용지물이다. 

약속 없는 주말, 심심해서 집 밖을 나오긴 했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땀에 절여진 거추장스러운 뒷머리를 집게핀으로 대충 쓸어 올리며 나는 생각한다.

 미술관에 가자

뜬금없이 무슨 미술관이냐고? 그렇다. 나는 미술관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걸 넘어 사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부터 미술대학 교수셨던 조부모님과 함께 동네 미술관을 제집 드나들듯이 다녔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는 미술관이 놀이터이자 교감의 장이였고, 많은 놀이의 원천이기도 하였다. 이때의 기억으로 인해 미술관은 나에게 휴양지이자 그리움이 가득한 고향같은 곳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미술관에 자주 간다고 하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전시는 좋아하는데, 현대미술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 

"가서 보기는 하는데 어떤 걸 의미하는 것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는 예술 문외한이라 미술관에 가면 너무 자괴감 들어." 

등이 그것이다.


한 달에 최대 5번 이상 미술관을 드나드는 나의 입장에서 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나 또한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에 특히 현대미술은 너무나도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파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내가 미술관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남들과 감상법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감상법을 기대하셨다면 그냥 뒤로 가기를 누르시길 바란다.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실망할지도 모르니. 내가 사용하는 감상법은 바로 '직관'과 '감정', '느낌'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아래는 내가 최근에 다녀온 '서울 미술관'의 기획전(展) 

<햇빛은 찬란 Brilliant Sunlight> 

中 

박근호(참새) 작가의 <Light Catcher>라는 작품이다.

박근호(참새) <Light Catcher>

나는 일부러 관람을 할 때 작품의 설명을 읽지 않는다. 나만의 해석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자마자 나는 먼저, 직관적으 보이는 것을 오감을 통해 훑는다. 이 작품의 경우 '윙-'하고 크리스털이 돌아가는 소리와 나지막한 음악 선율이 들리고 눈앞에서는 수십 개의 크리스털볼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이때,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두 발짝 정도 작품에 다가선다. 총 4층으로 되어있다. 마치 아파트에 각 세대들이 들어사는 것처럼 칸막이가 되어있는 각 칸에 크리스털볼이 한 개씩 자리 잡고 있다.  잠깐, 한 발짝 더 다가가보니 볼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볼들이 서로를 비추면 더욱 반짝거려 눈이 부시다. 검은색 배경인 공간에 크리스털 구조물을 두니 더욱 색감 대비가 큰 것 같다.


이렇게 직관을 이용한 감상을 했다면 그다음으로 감정과 느낌을 사용하여 작품을 한번 더 훑는다. '반짝이는 크리스털볼들이 잔잔한 노래와 함께 돌아가니 기분이 좋고 황홀하다.', '어릴 때 자주 착용하던 공주 귀걸이 장난감이랑 닮은 것 같아 왠지 그립다.', '저 볼을 하나 떼어 내 방에 썬캐쳐처럼 두면 예쁠 것 같다.' 등이다.


어떤가, 직관과 감정만을 활용했는데도 꽤나 풍부한 감상이 되지 않는가?

물론, 이는 전공자나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인이지 않은가? 소소하게나마 이렇게라도 미술관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목적 달성이다.

그리고 나는 여름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와 함께 미술관으로 피서가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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