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기억력이 낮은 아이들을 돕는 법
실행 기능 중, 단기 기억력이 낮은 학생들의 경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도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다른 친구들보다 길어도 시험 성적은 낮은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시험이란 것이 학생이 얼마나 지식은 머릿속에 담고, 그 담아둔 기억을 유지해서 시험 문제를 봤을 때 "인출" 즉 "출력"해 내느냐가 관건인데 작업기억력이 낮은 친구들은 입력해 둔 지식이 금방 휘발되어 인출할 때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또는 흐릿한 기억만 남아 있거나 다른 지식들과 막 섞이다 보면 부정확한 정보를 인출해 오답을 찍을 확률이 높아진다.
*작업 기억(Working Memory): 학습 자료를 짧은 시간 동안 유지하고 조작하는 능력
그렇다면, 기억력이 나빠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방법을 안 다면 아이들도 조금은 더 나은 학습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ADHD 아이인 세모와 함께 학습을 하다 보면, 작업기억력이 다른 지능보다 낮은 세모의 경우 방금 말한 내용도 금방 까먹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영어 단어를 외우고 받아쓰기를 볼 때 느낄 수 있었다. 교과서 수준의 쉬운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5분 전에는 본인이 외우면서 기억에 남아 있으니 "엄마! 다 외웠어!" 하며 호기롭게 받아쓰기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책을 덮고 백지에 써보라고 하면 "아... 나 분명히 외웠는데? 뭐였더라?"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아래의 전략들이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첫째, 시각 자료(그림, 도식, 표)나 색깔을 사용한다. 기억해야 할 지식들을 인상 깊게 기억 속에 새기는 데 이런 그림, 표, 색깔 등이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문제를 텍스트로만 설명할 때는 아이에게 단순히 "5개의 사과를 3명에게 나눠주라"는 문제를 주면, 아이는 이 문제를 추상적으로 생각해야 하므로 작업 기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식이 아니라 문장으로 되어 있을 때는 주의력 결핍이 있는 아이들에겐 더욱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 문제를 그림으로 표현해 봐라고 하면, 아이는 좀 더 순차적으로 문제 풀이의 절차를 수행해 낼 수 있다.
예시: 사과를 00000 5개 그린다. / 그리고 친구 A B C를 표시한다.
이후, 친구에게 한 개씩 사과를 배정해 준다. A- 0 / B- 0 / C- 0 /
그리고 남은 사과가 몇 개인지 세어본다. 00
답은? 2개.
둘째, 짧고 명료한 지시로 학습을 도와준다. 긴 설명보다는 짧고 명확한 지시를 줌으로써 작업 기억을 수월하게 한다. 각 과업에 체크리스트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과제는 한 번에 모든 단계를 주지 않고, 단계별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7과 5를 더하고 3을 곱해."라는 지시 대신 "7과 5를 더해봐." "더했니? 그럼 몇이니?" "그다음 3을 곱해봐"처럼 단계별로 짧고 명료하게 지시 사항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셋째, 기억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시간 간격"을 두고 출력 연습을 한다. 외워야 하는 것들은 '힌트 없이 백지에 아는 것을 써보는 법'이 가장 확실하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Ebbinghaus Forgetting Curve)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이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지 시각적으로 나타낸 그래프로서,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1885년에 연구한 결과로, 그는 사람들이 학습한 정보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곡선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은 얼마나 시간 간격을 두고 '인출'하는 연습을 했느냐가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업 기억력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그렇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가장 자주 한다.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 그래서? 그럼 나는 원래 잘 기억 못 하니까 하면서 안 할 거야? 그럼 기억력이 좋은 애들보다 더 미리 공부하고 더 오래 기억하면 되는 거 아닐까? 기억력은 당장 뇌를 바꿀 수는 없어도, 내가 더 노력할지 말지는 지금 결정할 수 있잖아. 태도의 문제잖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기억력이 좋지 않음을 알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보다 이 인출 시도를 더 자주, 오래 하면 되는 것이다.
기억력이 낮다는 것이 학습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행기능이 낮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잘 기억하는 법을 알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학습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기억과 학습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적용해 보길 바란다. 모든 학습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여정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은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에 관한 실행기능 부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