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형편없는 묘목

by 이충멍

나는 내가 열매인 줄만 알았다. 아빠라는 좋은 밭의 엄마라는 나무에 달린, 꽤 괜찮은 꽃이고 열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나도 묘목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누구도 나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않고, 누구도 내가 앞으로 뭐 대단한 일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나를 칭찬할 때, 내 가지에 달린 싹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머! 싹눈이 둘다 너무 예쁘게 생겼네요. 나중에 아주 향기좋은 꽃이 되겠어요. 달콤하고 비싼 열매가 될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나는 내 가지에 달린 두 싹눈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내 싹눈들은 참 놀랍다. 마치 우주와 같다. 그 작은 눈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도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참 예쁘고 착하고 꽤 똑똑해서 여기저기서 칭찬을 듣는다. 이렇게 되니 이제 나는 덜컥 겁이나기 시작한다. 저렇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보다 나를 보니... 내가 너무 볼품이 없다.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주는 양분으로 하루하루 커가고 자라나는데, 이렇게 대단한 존재들을 내가 잘 키워볼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다른 엄마들을 둘러본다. 아주 줏대가 있고 당당하다. 한 엄마는 우리애를 의대를 보내야 한다며 무슨 탑반, 무슨 탑반에 가려면 뭘 언제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아이 손을 잡고 끌며 여기 저기 열심히 라이딩을 한다. 온 시간을 아이에게 쏟고있고 아이도 잘 따라가고있다. 아이의 인생 로드맵을 그 엄마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한 엄마는 집에서 책을 열심히 읽힌다. 어릴때부터 열심히 무릎에 끼고앉아 책을 많이 읽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그집 아이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아는 것도 많다. 어느나라의 국기는 뭐고, 그 나라 사람들은 뭘 주로 먹고, 거기엔 무슨 동물이 살고... 그 엄마는 책속에 세계가 담겨있다고 한다. 책을 펼치면 세계를 배울 수 있다고...

그런가하면 어떤 엄마는 아이를 열심히 놀린다. 책안에 갖혀있으면 안된다고, 책 바깥에서 노는게 보고 듣고 배우는거란다. 이 때 열심히 놀아야 건강한 마음과 신체로 나중에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했다. 그래도 그 엄마는 확고하다. 하나하나 다 맞는 말인데 그 말을 따라가기에는 나는 너무 불안하다.


다시 아이들을 본다. 어느 아이든지 다들 너무 대단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있다. 어느 아이는 운동을 눈에띄게 잘하고, 어느 아이는 그 어린 나이에 자기가 골라 옷을 입는다는데 센스가 넘친다. 책을 아주 많이 읽어서 아는게 많아 말로 이길수 없는 친구도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를 보면 저 아이가 왜 저렇게 컸는지 알 것만 같다.


앞으로의 일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치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라 그렇게 크는 것 같다. 나쁜 점도. 좋은 점도... 그래서 참 걱정이 된다. 나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컸으나, 지금은 그냥 동네에 치이는 흔한 아줌마인데. 내가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키워도 될까?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나때문에 너무 편협하게 크거나, 나도 모르게 아이의 아주 좋은 재능을 무시하고 가지치게 하면 어쩌지? 그런 고민을 담아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지금부터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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