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이 좋다

굴국밥

by 스토리

어제 이웃의 언니가 굴 1킬로 한 봉지를 가져왔다.

씻어 생굴회로 둘이 먹고 남아 방금 굴국을 진하게 한 그릇만 후다닥 끊였다.

굴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도 좋았지만 식후 컨디션이 급급상승으로 최상급이다.

식당에서 여러 번 굴국밥을 먹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굴이 반정도로 적은 양이고 금방 소화가 돼버렸었다.

나는 굴을 좋아한다.

생굴, 굴전, 굴튀김, 굴국밥까지 모두를.

조만간 굴튀김은 나가서 사 먹기로 그 언니와 약조를 해두었다.

카사노바가 굴을 즐겼다고 했는데 역시나 정력과 스테미너의 상징임을 오늘 경험하는 중이다.

머리는 명경같이 맑아졌고 복부는 지극히 편안하고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두어 번 더 해 먹어야겠다.

굴을 좀 넉넉히 넣어야 그 효력을 보여준다는 걸 오늘 알았다.

다가오는 구정 연휴에 진한 굴국으로 제주 얘들 해주면 잘 먹으려나 의문이다.

거기다 떡국을 넣어 굴떡국이 좋겠다.

지난주에 이번 명절에는 내가 밥을 못 먹으니 너희들에게 못해주겠노라고 안 오면 좋겠다고 톡을 보냈었다.

하물며 기운이 달려 집안도 치우지 못한다고 해버렸다.

희한한 별종 엄마로 황당했을 것이지만 그때 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자 제주 딸네는 이미 비행기 티켓팅을 했고 육지로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외식을 해야겠다고 내가 먼저 던졌다.

그러자 그리 하자는 톡이 왔다.

그런데 오늘 지금 컨디션으로는 얘들 좋아하는 갈비찜과 조기구이, 새알미역국. 꼬막무침 정도는 해줄 수 있겠다.

이 결정적인 계기는 신경정신과 약의 드라마틱한 효과 덕분이다.

뭔가 하겠다는 에너지가 발동했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크나큰 변화이다.

외식 아니고 외할머니의 손맛을 보여줄 수 있겠다.

그러니 좀 작고 누추하지만 내 집에서 먹이기로 선약을 뒤집기로 한다.

밖에서 예약식사를 하고 카페서 디저트까지 해결하고는 헤어지려고 했던 명절 계획이 늘 하던 대로 맞이하게 되려나 보다.

그러나 아직은 얘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진 않고 있다.

향후 나에게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아직은 외할머니와 장모의 포스로 체면유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타일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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