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문턱을 넘다

고심 끝에 우선 그곳부터

by 스토리

지난 시월 연휴날부터 전에 없던 증상들이 발현되었다.

다리에 쥐가 나고 저리면서 식욕이 작대기 부러지듯 똑 떨어지고 최근까지 10킬로 빠졌다.

대중목욕탕을 갈 때마다 2킬로씩도 감소했다.

모든 음식들이 입에 넣기가 싫어진 것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미식가로 맛없는 끼니는 차라리 먹지 않는다는 주의였다.

그러니 은근히 중대질병을 의심하는 건강염려증으로까지 발전된 양상이다.

사위가 지어 보낸 입맛 당기는 한약도 무색했다.

다니던 내과부터 달려가 복부초음파, 혈액, 소변검사를 해보니 별 이상 소견은 없었다.

그럼 이제 더 큰 병원에 가서 ct라도 찍어봐야 하는 찰나에 정신과부터 가봐야겠다고 판단했다.

무기력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할 에너지가 없는 상태였다.

이것이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것은 맞는 거니까.

득달 같이 뒷동의 지인이 다닌다는 중심가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사개원 후에 예약이 잡힌다기에 황당했다.

또다시 다른 지인 둘의 조언으로 버스를 세 번이나 타고 s재래시장 근처로 갔다.

여기는 예약 없이 오는 대로 받는다고 한다.

자그마한 동네 병원인데 나름 알려졌는지 환자가 제법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 대기자석을 휙 둘러보니 남녀노소들이고 젊은 층이 더 많았다.

문득 저들은 무슨 연유로 왔는지 궁금했다.

몇몇 고령자들은 불면증이 뻔할 것이다.

난 늘 잠이 취미이자 주특기다.

잠으로 회피나 도피쯤이 맞을 것이다.

그게 가장 편한 짓이니까 말이다.

첫날은 운이 좋아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질문들에 대답하고 난 도대체 식욕과 미각을 잃어 체중 감소로 왔다고 간절히 답했다.

태블릿으로 우울증 지수 검사를 하더니 중상급으로 높은 편이라 약을 먹으라고 했다.

희한하게도 그 자리서 좁쌀만 한 아니 쌀알 반토막 크기의 약을 한알과 두 알 사일분만 주었다.

많이 좀 달라고 해보니 석 달 동안 일주일분만 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는 사오십대쯤으로 전혀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미건조하게 질문만 했다.

약을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한알을 입어 털어 넣었다.

이렇게나 작은 약이 무슨 효과가 있으려나 의심이 갔고 의사는 사주에서 육 주는 먹어야 한다고 했었다.

계산을 하고 둘러보니 스무 명은 족히 앉아 있었다.

정신신경과는 진료비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만 구천 지불하고 나왔다.

하긴 내과는 천오백 원이다.

정신신경과가 대세인 모양이다.

누군가는 전 국민이 우울증이라고 하더니 또 누군가는 맨 정신으로 살겠냐고도 하긴 했었다.

내가 먼저 다닌다는 광고를 하고 얘기들 해보면 세명 중 한 명 정도는 이미 예전부터 다니고 있다고 뒤늦게 입들을 뗀다.

이것도 아직은 핸디캡으로 여기는 느낌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어쩌면 더 많은 숫자일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