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신경정신과

맨 정신으로 살겠나

by 스토리

식욕과 미각이 사라진 것이 사 개월째 접어든다.

체중이 10킬로 빠졌다.

중대질병을 의심하며 건강염려증에 사로잡혀 더 큰 병원을 가봐야 하나 갈팡질팡 하던 차 신경정신과부터 가보기로 했다.

우울증의 증상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이웃 지인이 다니는 곳에 전화해 보니 사 개월 후에나 진료를 볼 수 있단다.

또 다른 지인 둘의 추천으로 좀 먼 동네로 방문했다.

여기는 예약 없이 오는 대로 받는 곳이라 했다.

정신신경과 가기도 만만찮다는 걸 실감했다.

대기자들이 일이십 명은 되었고 한시 간이상 기다려야 했다.

검사결과 중상 우울증으로 좁쌀 만한 약 나흘 치만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걸 먹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반신반의로 집으로 왔는데 첫날부터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어 놀랐다.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조금 진정되고 외식이나마 음식의 맛을 느끼며 먹었으니 말이다.

이래서들 많이들 붐비고 있나 보다.

진료비도 예상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난 정신과는 턱없이 높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실에는 남녀노소 그득했는데 문득 저들은 어떤 연유로들 온 것일까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전 국민이 우울증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맨 정신으로 살겠냐고도 한 걸 들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찾아들고 있나 보다.

겉으로는 모르지만 조금만 깊은 대화를 하노라면 둘셋 건너 다니고 약들을 먹고 있는 듯 보인다.

미쳐 날뛰는 요지경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판단된다.

너도 나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약은 수개월간 먹어야 한다니 당분간은 다녀봐야겠다.

단기간의 체중감소로 치명적인 암을 의심하던 건강염려증에서는 벗어난 기분이다.

조금 평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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