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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이런 날이

자유로운 쇼핑

by 스토리

올여름에 신발을 세 켤래나 샀었다.

그래봐야 유명 메이커 하나 값도 안 되는 것이지만 부자가 된 기분이다.

어제는 밀리터리 원피스 잠자리 날개 롱스커트와 그에 걸맞은 칠부 카디건도 망설임 없이 사들고 왔다.

머리 커트 하러 미용실에 들렀는데 예약 손님으로 세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시내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하는 바람에 그랬다.

견물생심이라고 돌아다니게 되면 사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내게 맞고 어울리는 옷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이다.

이젠 예쁜 옷들이 그림의 떡이고 걸쳐보면 태가 나지도 않으니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망설이고 또 망설였겠지만 지금은 거침이 없이 구매해 버린다.

나에게 이런 날이 있었던가 싶게 과감하다.

매달의 급여가 주는 여유로움이다.

매달 기백만 원의 저축도 하니 말이다.

남편과 삼십 년을 살면서 저축이라는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적자인생을 살았었다.

늘 매대를 기웃거렸고 행사 식재료에만 안테나가 꽂혀 있었다.

지금과는 아주 다른 정반대의 고달픈 삶이었다.

그 시절들은 다들 어려운 시기였기도 했다.

이젠 가고 싶은 곳 맘껏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으며 오롯이 내게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니 아무도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나는 조르바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자유인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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