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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Sabrina Jul 29. 2024

밀라노 대성당

질문하는 여행

밀라노 대성당은 항상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는 내부를 들어가서 이야기도 듣고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고딕양식의 건물로 실내 들어갔을 때 그 규모에 압도 되었습니다. 보통 그 도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당을 두오모라고 하는데 이 밀라노 대성당이 바로 밀라노의 두오모라고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느끼고 깨닫게 된 것은 이런 큰 규모의 성당들이 한 번에 지어지지 않았고 한 사람에 의해서만 지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과물로만 이런 곳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누구의 작품이다 등으로 설명되니까 여러 명에 의해 오랜 기간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성당 하나가 지어지기까지 걸린 시간과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리석의 색이 달라지기도 하고 처음 생각했던 모습에서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예술가들은 성당의 완성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시간을 이어가고 돌하나 작품하나 신경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 나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며 이루고 싶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 이 일에 초청할 동역자들이 있는가? 


이 질문들은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 중에 이런 핵심적이고 중요한 질문이 던져질 때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도 나눠볼 수 있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밀라노 대 성당 안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두 개가 위치하고 있는데 하나는 성경 말씀 중 구약, 하나는 신약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에게 시각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스테인드 글라스' 하면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의 것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상적 자리를 이번 밀라노대성당의 것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모양이나 무늬로 보이는 것도 멋지고 아름답지만 성당 안에서만 보이는 그 빛과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훨씬 강력했습니다. 말씀 전체가 성당을 가득 채우고 그 빛이 가득 채우는 예배당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으로 손색없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그대로 느꼈을 그곳에 잠시 앉아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성당에서 인상적이었던 조각은 바로 '바돌로매' 조각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의 하나로 죽을 때 살가죽이 다 벗겨지고 십자가형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대리석을 깎아서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인체를 표현하고 옷감을 걸친 듯이 보이는 데 그것이 바돌로매의 살가죽이라니 경의롭기까지 했습니다. 

이 조각을 만든 작가는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강조되고 표현되어야 하는지 글에만 중심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조각에도 작가의 분명한 중심생각이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공간에서 이 조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물도 조각도 이야기가 되고 생각이 되고 그 이야기를 읽어내고 알아차려지는 그 희열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주어진 질문들과 생각들을 제 삶에 더 녹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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