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비밀

부산박물관 - 영국초상화미술관 기획전

by 사브리나 Sabrina
tempImageWUw2rb.heic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검색하려고 하다가 부산 박물관 전시가 같이 검색되었다. 그 덕분에 귀한 전시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영국 런던에 내셔널박물관에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서양미술사 강의에서 왕들의 초상화나 화가 초상화를 보여주시면서 이런 작품들이 영국 초상화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다 했었다. 그래서 알았다. 초상화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IMG_6018.jpg

이번 전시가 바로 그 초상화미술관에서 온 작가들의 초상화였다. 물론 사진도 있었지만 말이다.


고전을 다루다 보니 영미 작품을 많이 다루게 되었다. 물론 러시아 또스토예프스키나 독일 헤르만 헤세 등 다른 지역의 멋진 작가들도 있지만 말이다.


대표적으로 CS 루이스는 나의 최애 작가님이시고, 그 외 찰스 디킨스, 키플링,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다니엘 디포, 루이스 캐럴, 버지니아 울프.... 독서모임이나 수업 때 다루는 책들의 작가들이 대부분 영국 작가들이다. 이분들의 초상화와 초판본 등을 볼 수 있다는데 영국도 아니고 부산인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관람 티켓값 보다 교통비가 더 들었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얻은 게 있으니까. (노필터 사진)


먼저 C.S. 루이스와 J.R.R. 톨킨.

이 둘을 한자리에서 같이 보는 것이 기분 묘했다. 링클리스 모임 사진을 본 적이 없으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루이스는 늘 입고 있었던 단벌 재킷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톨킨 사진이 이상하게 보였는데 사진 설명을 보니 호빗의 느낌이 들도록 나무뿌리 앞에서 사진을 찍은 거라고 한다.

IMG_5955 2.JPG
IMG_5956 2.JPG
나란히 있었던 두 사람의 모습
IMG_6048.JPG
IMG_6049.JPG
사진은 네이버 발췌

옥스퍼드 갔을 때 건물 앞을 지나는 갔었는데 ㅎㅎ 내부에는 못 들어가 봤었다. 다음에 가면 꼭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반가운 두 사람을 지나 더 반가운 버지니아 울프!

IMG_5951.JPG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등대로]도 재미있었지만 [자기만의 방]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그때 이후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책 덕분에 제인 오스틴도 브론테 자매들도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었다. 그녀의 글자들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 그의 필적을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IMG_5954.JPG


전시된 책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에 하나가 글을 쓰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서로 지금으로 치면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책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삽화 하나가 그때는 정말 의미 있고 정성으로 그려졌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고전 책들 중에는 삽화를 누가 그렸는지가 중요한 책들이 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도 그렇고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도 그렇고 등등. 종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세대가 많은 지금. 그리고 종이에 그려진 그림 보다 영상 미디어에 보이는 영상이 익숙한 시대에 이런 삽화 하나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구닥다리 생각 같지만 글과 삽화의 만남. 고차원적이고 의미 있는 만남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번 전시를 보러 가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남아 있는 나날]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책이 영국 집사의 이야기라 했는데 작가 이름이 일본 사람이라 신기했는데 그는 일본에서 출생했지만 5세 때 영국으로 가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영국인이다. 그래서 그의 초상화가 함께 오게 된 것이리라.


그의 이야기를 알기에 그의 얼굴이 반가웠다. 그렇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갑자기 오래 알고 지낸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기분이 들면서 갑자기 신나 졌다.


사실 들어오기까지 박물관의 불친절함과 준비되지 않고 안내부족의 상황들이 살짝 짜증이 난 상태로 입장을 하게 되었던 지라 그 감정대로 그림도 보게 되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가즈오 이시구로 덕분에 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키플링!! 아니... 나는 왜 그동안 키플링을 여자라고 생각했던가. 반가운 이름이었는데 그림은 낯선 중년 남자라니... '보물을 찾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그 키플링도 그럼 남자였단 말인가... ㅎㅎㅎ 그랬구나... 그는 남자였구나. ㅎㅎㅎ


그렇다. 사실 난 작가보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작가를 골라서 읽거나 하는 것은 아주 드물다. 이야기가 정말 좋아서 이 작가는 누구지? 다른 책은 뭘 썼지? 하면서 작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야기가 재미있고 자꾸 읽게 될 때이다. 그래서 내가 작가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건 그의 책을 그만큼 많이 읽고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키플링은... 정글 이야기 외에 찾아 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게 들통난 상황이다. 그가 남자라니... 왜 나는 막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던가



오스카 와이드는 익숙한 모습이다. 워낙 옛날 사람치고 키도 크고 특이한 인물에 동성애자라는 독특함(?)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작가이다. [행복한 왕자]는 아이들하고 읽는 책 중에 하나이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어른들과 함께 독서모임 하는 책이라 오스카 와일드는 익숙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수감 생활을 했다는 것은 몰랐다. 얼른 챗지피티에게 무슨 일로 감옥 갔었나 물어봤더니 동성애 때문이었더라. 동성 연인의 아버지가 동성애로 고소해서 벌어진 퀸즈베리 사건. 그 뒤에 프랑스로 망명했다고 한다.

IMG_5967.JPG
IMG_5968.JPG
IMG_5966.JPG


검색 덕분에 알게 된 그의 감옥에서 쓴 편지로 만들어진 책 [심연으로부터]는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읽어봐야지.


IMG_5969.JPG


그리고 드디어 만난 브론테 자매의 그림! 브론테 자매들의 책들 -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은 내 사춘기 시절 사랑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던 책들이다. 같이 만나 사랑에 대해 수다할 수 있으면 정말 며칠이든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이 재밌었던 것은 접힌 자국 그대로 보존된 것도 재밌고 중간에 남동생이 자기 얼굴도 그려 넣다가 지웠다는 것도 재밌다. 뭔가 완벽하지 않은 그림이어서 또 그래서 의미 있게 남아져 있나 보다.


IMG_5976.JPG
IMG_6007.JPG


그리고 루이스 캐럴!! 모를 수 없지!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작가! 재밌는 것은 이야기의 모티 들어가 되었던 앨리스 리델의 모습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앨리스의 사진은 루이스 캐럴이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그가 아마추어로 활동한 초상사진가라고 한다. 옥스퍼드에 가면 해리포터 식당으로 유명한 교수 식당이 있는데 그 창밖에 바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앨리스와 언니가 있던 나무가 보인다. 이건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다는... 참! 교수 식당 창에도 앨리스가 조그맣게 표현되어 있다. 그가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던 사람이라 옥스퍼드에 가면 이상한 나라 앨리스 흔적이 여기저기 있다. 참고로 옥스퍼드 앞에 이상한 나라 앨리스 책방이 있다.



IMG_5989.JPG
IMG_5986.JPG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는 어둡게 전시되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조명이 들어와서 더 신비하게 보였다. 이 초상화는 유명해서 자주 봤던 그림인데 이렇게 조그만지는 몰랐다. 모나리자의 그림이 생각보다 훨씬 작은 것처럼 이 그림이 그랬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 하나는 오만과 편견 책과 같이 전시되어 있던 악보이다. 제인 오스틴이 필사한 악보인데 그 정교함이 프린트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의 성격이 그대로 느껴지는 악보였다.


IMG_5994.JPG
스크린샷 2025-12-29 오후 5.07.48.png
IMG_5992.JPG


이번 전시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찰스디킨스의 초상화였다.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트위스트로 시작된 그의 책은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으로 이어져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구입하고 아직 못 읽은...--;;). 늘 저 위에 나이 든 찰스디킨스만 보고 고집 있고 자기 생각 분명한 이야기꾼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젊은 얼굴의 찰스디킨스라니. 아마 저런 얼굴에 이야기도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시대 엄청난 인기몰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들의 초상화가 남아있는 이유가 전시 사이 영상으로 남아있는데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이야기를 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초상화를 그려 삽화로 넣고 판화로 찍어 책과 함께 출판했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더 매력적이게 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초상화 너무 충격적이었다.


또한 그가 쓴 위대한 유산 원고를 보고 너무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졌다. 문장을 고치고 단어를 고치고...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이런 훌륭한 작가도 고쳐쓰기를 거듭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마무리하면서 기획전 의도가 초상화미술관에서 작가들을 데려온 것이지만 작가들인 만큼 책을 좀 더 많이 전시했어도 좋지 않을까, 책과 관련된 콘텐츠가 이상한 나라 앨리스 하나 있었는데 좀 더 스토리 텔링 프로그램을 더하면 좋았겠다... 아쉬운 점도 남겨본다.


서울에서 했으면 수업이나 독서모임 연결해서 프로그램해도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이 전시회로 알게 된 책도 더 찾아 읽어보겠다고 책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 작가들을 영국에 가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또 다른 꿈을 꿔본다.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