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국립 중앙박물관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었지만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 싫어진 지 좀 되어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순신 관련 특별전을 한다는 소식에는 참을 수 없었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멀지 않기에 평일 오전이면 사람 없겠지 하고 방학 전에 다녀와야겠다 하고 오늘 나섰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중학생들 단체 관람이... ㅎㅎㅎ
그래도 특별전에는 입장료가 있어서 그런지 오픈런이어서 그런지 그래도 볼만했다.
어릴 때 부산에서 자라서 근처 충무공의 유적지들을 자주 갔었다. 일부러 간 건 아니고 아버지 낚시 가실 때 따라다니면서 보게 된 것이다. '칼의 노래'를 읽고 이순신에게 완전 푹 빠졌었다. 김훈의 글투에서 느껴지는 이순신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전해져서 너무 재미있고 멋지게 이순신을 만났었다. 그 뒤로 영화에도 많이 나오는 소재가 이순신이지만 나한테 이순신은 칼의 노래의 이순신으로 남아있다.
이순신의 연표를 보고 놀랐다. 그의 나이 48세에 거북선을 완성했단다. 내 나이가 곧 48살이 되는데 그래서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때 48세와 지금의 48세는 다르지만 말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살고 있나 질문하게 되는 연표였다.
이 지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국지도라고 한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일지 모른다. 의병에 스님이 많이 참여한 것은 그들의 호국불교 사상도 있었겠지만 탁발하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분들이기에 지리에 능통했으리라. 그래서 스님들이 의병으로 많이 참여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이런 자세한 지도가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거북선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훌륭했다. 거북선이 어떤 배였는지 구조와 배 안에서 공격하던 방법 등 나도 처음 알게 되는 모습들에 감동이었다. 거북선은 돌격선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적진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가까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하는 군인들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 모르는 구조라 전투에 능한 배였다고 한다. 배 내부 구조나 이런 정보는 처음 본 것 같다. 동영상 촬영이 안되어 찍어둘 수 없었지만 아이들하고 역사시간에 임진왜란이나 독서수업 시간에 임진록 이야기할 때 보여주고 이야기 나눠볼 좋은 자료를 가지게 되었다.
총포와 화살들 그리고 칼. 이 공간이 주는 전쟁의 상황들에 굉장히 몰입이 되었던 공간이었다. 영상을 보는 동안 같은 충격이 느껴져 생각지 못하게 실감 났던 공간이었다. 예전에 이런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면 영상들은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이런 영상들을 다 보게 된다. 기획자의 의도가 담겨있을 테고, 영상이 훌륭해서 충분히 좋다. 그래서 내 속도 맞춰 천천히 꼼꼼히 볼 수 있었던 오늘 관람이었다.
이순신의 칼. 이렇기 긴 칼을 썼을까. 장식용일 수 있다 설명은 있는데 손잡이가 낡아있는 것을 보면 쓰임이 있었던 칼이라 생각이 들었다. 칼에 새겨 넣은 그의 마음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왕의 마음 같다. 이런 애국자가 장군으로 있었기에 임진왜란 때 준비되지 않았던 전쟁이었음에도 우리나라가 지켜질 수 있었으리라. 지금 이런 영웅이 이 시대에도 어딘가 있겠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자라나고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사실 이 병풍을 보러 간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최초 공개라고 들었다. 정유재란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왼쪽에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에 없던 것이고 오른쪽 것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두 그림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다 해서 직접 보고 싶었다. 오늘 쪽 그림에는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음을 나타내는 조기 같은 것이 배 하나에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보이는 그림이었는데 막상 이 그림 앞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덕분에 사진도 쉽게 찍고 오랫동안 부분 부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명나라 사람이 그린 그림이지만 그에 눈에 보이는 조선과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왜 나라의 전쟁이지만 명나라가 지원하고 그 사이 이런 전투 장면이 남겨진 게 신기했다. 얼굴 하나 표정 하나 정말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 옆에 아래와 같이 화면 확대로 설명도 볼 수 있어서 감탄했다. 성에 모여있는 왜군들은 먹을 것이 없어 말을 잡아먹는 장면이라고 한다. 선조가 도망가서 오히려 전쟁이 길어지면서 왜군들이 군량미 등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식량이 없어 자신들의 말을 잡아먹기도 했나 보다. 그리고 또 이 그림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일본 상수들 등에 알록달록한 것들이 있어서 뭔가 했더니 망토 같은 걸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불 같은 걸 짊어지고 있나 했다. 이런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갈 뻔했다. 망토 같은 것이 휘날리면 오히려 말이 빨리 달릴 수 없었을 텐데 뭔가 거추장스러운 전투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타난 이순신의 모습.
세 그림 중에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이순신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날카로운 눈매며 굴곡진 얼굴과 손가락 마디 등 더 인간적인 모습의 이순신이라는 생각과 함께 뒤에 배경처럼 보이는 해전 모습이나 그림 색감도 좋았다. 아마 이번 전시 기획이 우리들의 이순신이라 좀 더 인간적인 모습들도 함께 드러내려고 한 의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세 개의 초상화 배열은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순신을 잃고 나라는 슬픔에 잠겼던 것 같다. 이후 좌의정이 되고 충무공이라 하고... 그리고 그의 기록들을 남기게 된다.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의 이순신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렇게 후손에게 이순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으리라.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살았던 우리들의 이순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그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좋은 나라가 되길 작은 마음으로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