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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um Byun Feb 25. 2021

집 그리고 우리 가족 & 4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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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항상 돈에 끌려다녔던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집에서 막내라서 많은 혜택을 보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4살인가 5살 때 형이 밤에 몰래 집 앞에 오락실을 데려갔다. 9시쯤이었나 10시쯤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다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소방차 소리, 비명소리 형과 나를 찾는 어머니 아버지의 소리가 들렸다. 집에 불이 나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형과 내가 집안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불이난 집에 들어가려고 소리치며 소방관들하고 몸싸움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가 쫄래쫄래 골목에서 걸어오는걸 발견하시고 울면서 부둥켜안아주셨다. 등짝을 몇 대 맞은 거 같기도 하다.  참고로 그 당시 우리 집은 세탁소와 + 방으로 구성된 집이었다. 1층에 가게가 있고 그 뒤에 바로 방으로 연결된 집. 1 샵 1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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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는 한 평생 세탁소에서 일만 하셔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에 대한 금융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현금을 집안에 두셨다. 그래서 불과 함께 우리 집의 전 재산은 불타고 말았다. 당시 기억하기로는 아파트 하나 정도 살 수 있었던 금액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동안 불탄 집에서 우리 식구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살았다. 그 당시 기억나는 건 검정 벽과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라면 박스였다.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탁소를 다시 열었지만 집을 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가게 구석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했다. 함께 지낼 수 없었기 때문에 형과 할머니는 서오릉 쪽에 쓰러져가는 집에서 둘이 생활했다. 얼마나 이런 생활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다시 모든 식구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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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고 알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와 형 그리고 할머니까지 챙겨가면서 다시 일어섰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6학년 때 컬러 모니터의 386 컴퓨터를 사주셨고 중학교 때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주셨다. 내가 조르면 컴퓨터든 게임기던 어려운 살림에 어떻게든 사주셨던 것이다. 참고로 우리 형은 그 당시 컴퓨터공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형이 공부를 하려면 컴퓨터를 사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은 사주시지 않았고 내가 친구들이 다 컴퓨터가 있으니 나도 갖고 싶다고 조르니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형은 술을 먹고 가끔 그 당시 서운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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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이전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15년 전쯤 대조동에 처음 산 집에서 아직까지 형과 둘이 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집을 마련하고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낸 부모님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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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형이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때문에 나는 큰 걱정 없이 사업에 집중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 어머니와 형이 살집을 선물했다. 물론 형도 많이 도왔다. 비록 오래된 아파트지만 둘이 함께 오래 살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인테리어도 하고 가구도 사고 소품도 샀다.  고생하신 어머니와 형에게 더 많이 고마움을 표현하고 함께 행복하고 오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매번 표현이 서툴고 익숙하지 않지만 그런 모습도 사랑해 주는 어머니 그리고 형에게 항상 고맙고 또 고맙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그리고 형 고마워요.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보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구매한 집은 이전 주인분이 2-3년 전에 전체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깨끗하긴 했지만 뭔가.. 올드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새로운 공간 새집에서 어머니와 형이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자 했다. 사실 나는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도 없고 집은 그냥 퇴근해서 잠자는 곳 정도라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래서 정보도 별로 없었고 어떤 게 좋은지도 몰랐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회사가 바로 아파트멘터리였다. 바로 미팅을 진행하고 계약을 하고 처음으로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다. ( 내가 살 집은 아니지만 내 맘대로... )





처음에는 크게 결정할 것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행하면서 하나하나 제품을 고르고 선택하고 의사결정하고의 반복이었다. 또한 철거를 하면서 변수들이 발생하고 다시 변경하고 테스트하고 반복. 그래도 담당 매니저님이 잘 대응해주셔서 순조롭게 진행했다.  난 그냥 새집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안 하고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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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이 나오고 바닥재 변기 도배지 타일 수전 가전 조명 스위치 등등 등등을 고르고 철거부터 진행이 되었다. 현장은 딱 2번 정도 다녀왔는데 아래 사진은 철거하고 진행 중일 때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약 5주 만에 완성되었다. 가장 많이 수정을 한 곳은 주방. 그리고 최대한 어머니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메인룸과 파우더룸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단 만들어는 드렸는데 살면서 적응하고 고치고 에이징 하는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어머니는 집이 너무 깨끗해서 더럽히면 안 될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나는 중문이 있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었지만 있고 없음에 소음과 냉난방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의 현관문은 방음이 1도 안되기 때문에 중문 설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실과 방의 바닥재가 다르다. 거실은 대리석 방은 우드. 이유는 간단했다. 대리석 바닥에서 잠깐 살아본 기억이 있었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억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추위를 많이 타다 보니 좀 더 따뜻한 바닥이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 그리고 방과 굳이 다르게 한 이유는 방 분위기의 느낌 때문이다.

또한 거실과 방의 분위기가 살짝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어머니가 허리가 안 좋으시기 때문에 거실 화장실과 마스터룸 화장실에 각각 안전바를 설치했다. 활용도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하신 몸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집은 해가 잘 드는 남향집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따뜻한 햇빛 아래 앉아 책이나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라운지체어를 선물해드렸다. 전체 집의 컬러가 흰색이다 보니 포인트 컬러가 필요했는데 마침 잘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실제로 어머니도 만족하면서 잘 사용하고 계신다.





이 곳은 형의 침실이다. 침실에는 침대만 놓고 생활하고 서재에서 일을 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실제로 침실에는 침대만 있다. 아직까지는...





주방은 참 수정이 많이 되었다. 아일랜드 위치 크기 상부장의 유무 창문의 사이즈 수납장의 개수 등등 너무 많은 고민과 선택이 들어간 주방이다. 결론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240짜리 테이블을 두어 손님이 오셨을 때 다 같이 식사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했고 아일랜드 바를 두어 음식 할 때나 장을 보고 잠시 두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싱크대 바로 옆에 정수기 음식물 처리기 등을 두어 생활에 편리함을 더했다. 상부장을 하지 않아 개방감도 좋고 와이드 한 창은 설거지를 하면서 잠깐 외부 풍경을 보기 좋았다.





어머니가 사용하는 공간은 방 2 화장실 1개 파우더룸이 연결된 구조이다. 미닫이 문으로 경계를 두고 방과 방 사이에 파우더룸과 화장실이 있는 구조이다. 어머니가 단독으로 생활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작은방은 어머니가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쓰는 공간의 타일은 거실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타일을 사용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결과물이 일치하여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머니가 잘 사용하고 계셔서 더욱 기분이 좋다.





가구, 소품, 모든 것을 하나하나 골라서 배치하고 아직도 추가 중이다. 목적은 하나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아들 때문에 고생하신 어머니가 좋은 공간에서 좋은 제품들을 사용하고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지금은 좀 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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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집보다 좋은 집이 된 것에 대한 만족. 그리고 어머니와 형이 좋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점이 나에게는 굉장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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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지만 곧 전통과 퓨전 된 스타일이 집이 될 거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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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전기장판 버려줘서 고마워요.

진갈색 상 2개 버려줘서 고마워요.

선물 받은 회장님 스타일 화분 버려줘서 고마워요.

사은품으로 받은 오래된 행주 버려줘서 고마워요.

알 수 없는 된장 고추장 간장 버려줘서 고마워요.

알 수 없는 냉동된 음식 버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아직도 버릴게 산더미...?

또 버릴 것이 있어서 고마워요.


좋은 공간 선물해주신 아파트멘터리 담당자분들 감사합니다.

사진도 이쁘게 잘 찍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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