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따기 전까지 나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편안하게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통 흐름, 신호 체계, 차선 변경의 타이밍까지 운전자라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남편과 나의 운전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운전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부딪힌 부분은 좌회전 주황불이 켜졌을 때의 반응이다. 나는 이미 정지선을 넘어서 신호가 바뀌오 주황불이 켜졌다면, 신속하게 판단하고 지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얄짤없이 차를 멈추고 다음 신호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단순한 습관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복될수록 남편의 운전 방식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왜 지나갈 수 있는데 멈추지?’ ‘저렇게 갑자기 멈추면 오히려 추돌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은 언젠가는 밖으로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조수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한마디씩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한마디가 점점 잔소리가 되어갔다는 점이다. ‘좀 더 빨리 판단하면 좋겠어.’, ‘이럴 땐 지나가는 게 맞지 않아?’ 같은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던 며칠 전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네가 처음 운전할 때 실수해도 뭐라 한 적 없는데, 너는 왜 나한테 잔소리를 해?”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그는 내가 운전을 배우는 동안 묵묵히 곁에서 기다려 주었고, 실수할 때도 차분히 넘어갔다. 그런데 이제 막 운전에 눈을 뜨기 시작한 내가 아는 체를 하며 남편의 방식을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운전에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이 있다. 남편이 주황불 앞에서 멈추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철학이었다. 나는 내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남편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단순히 차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다른 운전자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을 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상대방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렇기에 때로는 나와 맞지 않는 상대방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남편과 나는 운전 스타일이 다르다.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였다. 운전을 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꼭 상대방을 지적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좋았을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으니 그 깨달음을 좋은 쪽으로 활용해야 한다.
운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생 수업이었다. 빠르게 가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구분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운전뿐만 아니라 부부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일은 두 사람이 우리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아닐까? 말한 대로 실천하며 지헤롭게 우리들의 여정을 이어나가고 싶다. 곧 결혼 20년차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나는 한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