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경제 IQ를 높여라(한순구)를 읽고
경제학자 중에 부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물론 선천적 부자는 제외한다) 이론적으로 연구만 할 뿐 실제 경제를 예측하거나 주식 투자에 특별한 능력이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조금은 폄하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그런 생각을 조금은 했고 그래서 경제학 교수가 쓴 책인 줄 알았다면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점에 놓인 책을 무심코 읽었고 의외로 내용이 흥미로워 대가를 지불하고는 집으로 모셔온 후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서점에 넘치는 투자 관련 서적도 아니고 가난한 자가 단숨에 부자가 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어쩌면 교과서 위주로 성실히 공부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진부한 말처럼 꾸준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면 부자는 못 되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시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인간의 경제생활을 어떻게 설계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명쾌한 인사이트를 주니 같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경제학은 돈을 불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라 나와 가족이 죽는 날까지 경제생활을 잘 영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문으로, 수입에 맞는 지출 계획을 세움으로써 병원 치료비나 교육비를 내지 못하는 등의 불상사를 방지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불리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 그리고 돈을 불리는 법을 알지 못하면 큰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돈을 불리는 것과 꾸준히 저축하며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축구에서의 공격과 수비로 비유하고 “환호를 받는 것은 공격이지만 게임을 이기는 것은 수비다”라는 미국 격언을 들어가며 안정적 경제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축구에서는 골을 잘 넣는 선수가 가장 인기가 많다. 하지만 훌륭한 공격수가 있어도 넣은 골을 지키지 못한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게 된다. 공격에는 파도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공격수도 슈팅 성공률 100%를 기록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공격은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비가 전체적인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 것과 다르게 선수의 개인기에 영향을 받는다. 투자도 비슷하다. 늘 성공하기는커녕 반만 성공해도 다행이고 성공을 많이 해도 실패를 크게 한다면 그동안 모은 돈을 한 번에 날리는 수도 있다. 또한 투자에 성공하는 개인은 극소수일 뿐이다. 내가 축구를 할 때 메시가 될 확률이 거의 없듯이 투자를 해서 워렌 버핏이 될 확률도 거의 없다.
수입에 맞는 지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꾸준히 저축을 하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를 대비한다면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축구에서의 수비와 같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실현 가능하다. 우리의 경제생활 목표는 무엇인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가의 제품을 사며 뽐내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궁핍 없이 안정적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의 삶을 살지 배짱이의 삶을 살지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지만 무조건 절약만 하는 개미보다는 경제계획을 세워서 재산을 모으는 개미가, 대책 없이 놀기만 하는 베짱이보다는 경제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즐기는 베짱이가 더 행복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학은 우리가 이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