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ADHD 일기
나에게는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다. 바로 다리를 떠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왜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문제였다.
사소한 곳에서도 다리를 떨고, 중요한 곳에서까지 다리 떨기를 내 뜻대로 멈출 수 없었다. 심지어 다리를 떨지 않으면 발을 까딱거리거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등… 다리를 움직이는 걸 스스로 멈추지 못했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다리가 심하게 아파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성장통이니 하며 그냥 지나가겠지 하고 넘겼다. 그러나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는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끝내 대학병원에서 CT까지 찍어야 했다. 그렇지만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그렇게 통증과의 생활을 30년 넘도록 버텨 오며 지냈고, 다리 떠는 걸 조절하지 못해 주변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증상이 궁금해져 챗GPT에게 자세히 증상을 적어 어떤 건지 물어보았다. 답은 하지불안증후군이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하지불안증후군이란 말인가? 그러다 챗GPT의 증상 설명 중 하나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확신할 만한 게 나왔는데, 다리 속을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럽다는 것이었다.
'어? 이거 자주 겪던 건데?'
그랬다. 잠이 들기 전 다리에서 스르르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종종 나를 괴롭혔다.
증상을 확인하자, 바로 내가 다니는 정신과에 전화했다.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께 설명하자, 선생님은 약을 줄 테니 내원하라고 즉시 말씀하셨다.
그렇게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 먹은 첫날,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져 놀랐다. 다리 떠는 걸 처음으로 내가 멈출 수 있었고, 통증도 찾아오지 않는 평온한 밤을 보냈다. 게다가 약의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훨씬 더 안정적인 상태가 돼 한결 피곤함도 줄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내 생각이지만, 나는 하지불안증후군이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걸 알지 못했고 나 역시 알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그 시간들과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내가 잘못해서가 아닌 질환으로 인한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자,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기분을 느꼈다.
이제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서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내 삶에 영향을 준 만큼 이제는 그 증상이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약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증상이었는데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웃프다. 나처럼 하지불안증후군임을 모르고 그저 자신이 문제라고 여기는 ADHD인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한 번 자신의 증상을 체크해 보고 다니고 있는 병원에 문의해 보기를 권장한다. 그 고통을 홀로 겪는 건 너무 가혹하고 힘들 테니까.
ADHD인들은 어릴 때부터 늘 안 좋은 피드백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사소한 행동까지도 내 탓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그렇게 자신만 탓하지 말고 검사를 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ADHD와 하지불안증후군이 연관이 있을 줄 몰랐던 것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이제는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들이 더 많아져 ADHD를 가진 사람들이 더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