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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탓하기보다 나를 돌아보기

타인의 도움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

by 삐약이

사람들에게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에 따라 사람은 여러 가지를 배우고, 깨닫게 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환경 변화를 겪었다. 보이는 비장애인보다 다른 환경을 겪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장애인들이 보는 걸 감각으로 느끼고 소리로 들어 가면서 세상과 부딪쳐 왔다.


그렇다고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노하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 불편하긴 해도 그로 인해 원망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내 눈을 원망 안 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도 하나님께 왜 내 눈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고,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비장애인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다. 이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다는 건 다른 사람과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걸 말한다. 남들보다 느리고, 때로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 부분에 있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큰 잘못이다.


도움을 받을 때는 늘 감사함을 잊지 않아야 하고 감사를 기억하고 나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늘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한때 나도 감사를 모르고 산 적이 있다.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고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현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내 환경을 탓하며 '나는 이거 못해'라는 생각으로 늘 생활해 왔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그건 옳은 생각이 아니었다. 내가 도움을 받았다면 그 도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늘 있어야 했다. 늘 받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될 줄도 알아야 했다. 그걸 깨닫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가르침이 있었다.


때로는 따끔한 말도 듣고, 오해도 생기면서 내 마음을 바꿔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이는 이것이 불편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없고 불편한데 오히려 내가 따끔한 말을 듣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약간 달라질 수 있다.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마음이 꽉 차서 상대가 하는 말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장애가 있다는 건 어려운 일이 맞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불편한 점이 있고, 그로 인해 화도 내고 답답해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회인이 되면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어쩌면 이제 막 사회인이 된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버거울 수 있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싸우고, 오해하고, 아픔을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환경을 탓하며 내가 할 수 없다면서 내려놓는 건 좋지 않다. 느리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한다면 완주 할 수 있는 힘이 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환경은 변화 되는 것도 있으나 변화 되지 못하는 것도 많이 있다.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이 변할 수 없는 환경도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을 너무 탓해서도 안 되고, 너무 부정 해서도 안 된다.


나도 내 환경을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 쓴 적이 있었다. 그렇게 지쳐갈 무렵 깨달았다. 내가 노력해서 변화 되는 환경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는 환경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내가 감사해야 할 것들, 무엇보다 내 주변인들의 도움이 너무 고맙게 여겨져 마음이 따스해졌다.


때론 힘들어도 감사를 놓지 않으면 어려운 ㄹ봔경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환경 탓을 많이 한다. 내가 처한 환경에 좌절도 하고 화도 낸다. 그러면서 또다시 감사함을 잃지 않는 아이러니한 면을 지닌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은 다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억울하고, 화도 나지만 그 속에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일을 하면서 그런 아이러니한 감정을 자주 겪게 된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지만… 감사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 마음이 참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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