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만나다

20년 하고도 더 먼 옛날

by 아직인생초보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고1 때였다. 누구나 시인이 되던 때, 나도 시를 썼다.

낯간지러운 문장들은 과거를 기억하기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지니고 있는 흔적이다.

아직도 그때의 유치한 노트를 태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글이라는 것을 쓰고 싶었던 것은 분명하다.


20대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또 누구나 그렇듯 문학은 나를 떠났다.

내가 떠났는지 문학이 나를 떠났는지 잘은 기억은 안 나지만

신춘문예의 글들을 보면서 이상문학상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한동안 충격이었던 한강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수준과 자격이 떨어지니 라는 핑계와 더불어 문학은 나를 떠났다.


그렇게 떠났던 글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문학이 아닌 자녀교육서를 쓰게 된 나는

하루에 5-6시간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고

이렇게 미친 듯 쓴 글이 꽤 괜찮은 원고가 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나는 결국 문학으로 돌아오고 싶다. 나의 종착점에는 문학이 있을 것이다.

종착점까지 몇 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분명해졌다.

책을 생각하기도 몇 년 전, 브런치를 알게 되고 도전해 보려 했으나

무슨 감정들의 요동침이었는지 나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편두통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쓰고야 말았다.

글 쓰는 작업은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다. 시간이 들뿐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무보수의 시간을 이제야 스스로에게 허락한 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글을 쓰지 못한 것은 나의 감정이 덜 자라서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브런치로 들어왔다.

나는 시도 쓸 것이고, 수필도 쓸 것이고, 자녀교육서도 쓸 것이고, 감정코칭에 대한 글도 쓸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무급을 허용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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