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밥솥을 열었을 때, 그 안의 밥이 밥의 형태가 아닐 때
수십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이번 밥솥은 구매한 지 6개월 정도인데 벌써 무슨 일이 벌어질 리가 없다.
이 이상한 밥은 누룽지를 만들어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밥이 되다 말았으니 찰기가 덜 생겨 그런 것이겠지
패킹 문제일까 열판 문제일까 내가 고민해서 무엇하나 나는 전문가가 아닌데 말이다.
누룽지로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 밥에 물을 붓고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무슨 죽을 끓여야 하나
미역국에도 마늘이 들어가야 맛있다는 큰애의 말이 생각나 마늘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다섯 식구의 하루치 밥이라 양이 꽤 많다. 솥이 넘칠 듯 부글거렸다.
주걱으로 눌어붙지 않게 죽을 휘저으면서 머리는 계속 고민을 한다
자꾸 의심이 든다. 그 의심을 해결하려면 밥을 새로 지어야 한다.
죽에 마늘도 넣고, 참기름도 넣고, 소금도 넣는데 밥 양이 너무 많아 간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 와중에 새로 밥을 지었다. 증기배출도 정상이고 밥도 정상이다. 너무나 멀쩡하다.
잘못 없는 밥솥을 뒤로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정답은 없는 질문이다.
의심의 대상자는 자신의 행동을 부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침 6시에 맞춰진 밥솥 뚜껑을 열만 한 사람은 시어머니뿐이다.
치매는 먹었던 밥을 없던 것처럼 만들고 하루에 여섯 번 밥을 먹어도 오늘 처음 먹는 것 같은 상태를 만든다
새벽에 배고파 열었던 밥솥에 대한 기억을 왜곡시킨다.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는 힘이 아주 강하다.
그래서 나는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밥솥도 치매도 잘못이 없다. 그저 나의 책임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