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자의 생명력

by 아직인생초보


첫 책을 만들 때 가장 많이 한 일이 오탈자를 찾는 일이다. 책 출간 준비 중에도 매일 한 번씩 PDF파일을 읽으면서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오타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볼 때마다 새로운 오타가 나왔으니 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위안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니 완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본업이 시간이 오후 4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늘 10-11시 이후에 눈을 비비면서 오타를 찾아내는 것은 질 것이 뻔한 숨바꼭질이었다.


오타의 생명은 강하고 끈질기다. 마치 이것은 잡초 같다. 잡초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아는가? 쇠비름은 뽑고 나서도 뿌리를 하늘로 들어 올려 말려야만 죽는다. 제초제 따위에 죽지 않는다. 즉, 일말의 여지가 있다면 절대로 자신의 숨을 거두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나는 잡초같이 자랐다고 볼 수 있다.


적당히 사회화된 나는 더 이상 잡초 같지 않다. 내 글의 오타를 자꾸 놓쳤다. 젊은 시절 카랑카랑했던 나라면 잡초들을 다 뽑아내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리 날카롭게 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오타와의 숨바꼭질을 이길 수가 없으니 타협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다정한 독자의 긴급한 톡을 받았다. 오타를 찾았는데 알려준다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책을 만들어 낸 나도 하지 못한 일을 대신 찾아내 주다니! 보통의 애정이 아니면 해줄 수 없는 일을 그분이 해 주셨다. 2쇄가 나올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고치리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100쇄까지 응원한다며 또 한 번 나를 달래주신다.


오탈자가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오탈자가 있어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의 애정을 느꼈다. 엄마표 영어에 대한 신간이 4월에만 다섯 권이 넘게 쏟아지면서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이 찰나에 오타 덕분에 나는 좋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농사짓던 밭에 쇠비름은 이 지금은 약초로 대접을 받는다. 오탈자가 나에게 위로로 다가온 것처럼 쇠비름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 잡초처럼 강하게 버텨야만 했던 나는 이제 누군가와 공감하고 위로를 해 주는 책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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