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장미의 숨

by 아직인생초보

4월 25일 근 3년만에 오프라인 정기회의를 갔다가 받아온 장미 두 송이. 본사에서 튜터들을 위해 한 송이씩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사장님께서 또 장미를 들고 오셔서 두 송이의 장미가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꽃을 좋아하지만 꽃은 비싸다. 사람 손을 여러 번 지나올 수록 재화의 가격은 당연히 비싸진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은 나에게 사치품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사치를 할 때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동네 하나로 마트 지하에는 때마다 지역 농부의 꽃을 한 다발씩 묶어 판매를 한다. 봄에는 프리지아로 사치를 했다. 올해는 한 단이 아닌 두 단을 사서 꽤 오랫동안 프리지아를 사랑했다.


프리지아의 노랑은 시들어갈 때 슬프고 외롭다. 다 시들기도 전에 프리지아를 버린다. 그러면서 내년에 또 이 꽃을 살 것인가 말것인가를 매년 고민한다. 꺾여버린 꽃의 끝을 알면서도 1-2주일의 행복을 위해 꽃을 가지고 오는 인간의 행동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도 이제 그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장미는 특이하다. 일단 우리 집에 올 때부터 약간 힘이 없었다. 사실 처음 들고 왔을 때는 왜 이렇게 시든 장미를 주었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장미를 선물한다는 것은 최소한 꽃을 받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일텐데 그러기엔 장미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불평으로 쳐다보던 장미가 이제는 싫지 않다.


시들어가는 장미가 싫지가 않다. 프리지아였다면 벌써 버렸을텐데 이 두 송이는 아직도 나의 마음에 거슬리지 않는다. 꽃잎 테두리가 노란색으로 말라가는데도 싫지가 않다. 붉은 장미는 점점 더 진해진다. 이러다가 완전히 흑장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해본다.


내 작업 공간에서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두 송이의 장미가 있다. 이미 마지막을 정해놓고 시들어가는 늙은 장미의 숨이 아름답다. 늙었다고 표현하기 어울리지 않지만 이미 죽었음에도 인간에게 버려지는 진짜 죽음으로 향해가는 늙어버린 장미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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