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좀 옛날 사람 같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가끔씩 학교 앞에서 자리를 잡으시고 이름으로 그림을 그려주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이름을 알려드리면 스펀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묻혀 멋들어지게 이름을 그려주시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손놀림 몇 번에 글자는 봉황도 되었다가 꽃도 되었다가 산도 되었다.
강렬한 색깔의 물감들로 빠르게 거침없이 그리시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도 가끔 그 할아버지가 그려주시던 이름 그림들이 생각이 났다.
내 이름도 하나 그려달래서 받아놓을걸..
많이 비쌌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소심해서 그랬는지 한 번도 말하지 못하고 항상 그냥 구경만 했었다.
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 그런 분들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이제는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 이름 그림들을 부르는 명칭도 몰라서 이리저리 검색하다 겨우겨우 그것이 혁필화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근 몇 년 동안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또 많은 것들이 변해서 사라진지도 모르게 사라진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감쪽같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들이,
그래서 사라진지도 몰랐던 기억들이 문득 떠오를 때면 망각이라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서서히 잊혀지겠지.. 지금 이 순간들도.. 나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기억하는 것도 연습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하루하루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는 연습을 하자. 신경을 써야 기억에 남고, 의미를 부여해야 그 기억이 오래간다.
그래서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고 써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놓지 말고 해 보자.
연습하다 보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테니.